정청래, 李 경고에 저자세 행보 보이지만검찰개혁·재판중지법 등 명청 갈등 누적"불협화음, 공천권 다툼으로 비춰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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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과 여당이 주요 현안을 두고 계속 미묘한 엇박자를 드러낸 가운데, 최근 들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기 정치' 논란을 의식한 듯 잠시 자세를 낮추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여권 내 힘겨루기가 곧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루비콘강을 건넌 것처럼, 차기 지방선거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 대표 간 알력 다툼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9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10일 취임 100일을 맞는 정 대표는 최근 재판중지법, 부산시당 위원장 컷오프 등과 관련한 잡음이 발생한 후 강경 일변도의 메시지를 최대한 줄이며 저자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국정감사 기간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했던 정 대표는 지난 3일 '사법불신 극복 사법 행정 정상화 TF(태스크포스) 출범식' 이후 사법부를 겨냥한 발언도 자제하고 있다.최근 당의 '재판중지법' 공론화에 대통령실이 난색을 표하면서 여권 내 불협화음 논란이 발생하자 이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앞서 정 대표의 '입'인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판중지법을 이달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공언했다가 역풍을 맞았다.여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끝난 지 하루 만에 재판중지법을 다시 꺼내 들면서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까지 희석시켰다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마저 제기됐기 때문이다.민주당은 논란이 커지자 재판중지법을 급하게 철회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실이 여당의 강성 행보에 제동을 걸면서 여파가 '명·청 갈등' '정청래 자기 정치'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나와 관련된 입법을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이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가 나오자 여야 정치권과 지지층 사이에서는 그간 꾸준히 논란이 됐던 정 대표의 '자기 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정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한 이후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겠다며 가속 페달을 밟아왔다.특히 대통령실에서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신중론과 속도 조절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 대표는 '추석 전' 검찰개혁 방침에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 대표에게 불만을 표한 사실이 공개돼 당정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처리 과정에서도 당정 간 불편한 기류가 계속 감지됐다.하지만 정 대표가 강경 노선을 굽히지 않으면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용한 개혁'을 거론하기도 했다.강 실장은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수술대 위로 살살 꼬셔서 마취하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아 배를 갈랐나 보다, 혹을 뗐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게 개혁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개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해석됐다.지난 9월 22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희대 청문회'를 기습 의결시키고 정 대표가 힘을 실었던 행보에 대해서도 대통령실과 여당 일각에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당시 이 대통령이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음에도, 외교 무대에 오른 이 대통령의 시간을 여당의 강성 목소리로 가린 꼴이 됐다는 볼멘소리였다.정 대표의 '자기 정치' 논란은 지난달 말부터 불거진 부산시당 위원장 경선 잡음과 맞물리며,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알력 다툼 의혹으로도 번지고 있다.이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 때 영입한 친명(친이재명)계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부산시당 위원장 경선도 치르지 못한 채 컷오프되자 정 대표의 책임론과 함께 '수박론(친명인 척 하는 비이재명계를 폄훼하는 표현)'이 또다시 거론됐기 때문이다.지난 1일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변성완 후보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당내 지방선거 경선이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과 친명(친이재명)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지금 당장은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정 대표는 지방선거 압승을 명분으로 또다시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엇박자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어 "의도하지 않더라도 당정 불협화음은 결국 공천권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며 "지지층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