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꼴찌 대구, 수원FC와 극적인 무승부허리 통증에도 참고 뛰는 세징야"가족을 위해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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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FC전이 끝난 후 인터뷰를 마친 세징야는 대구 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뉴데일리
세징야는 허리 부상을 당했다.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는 90분을 뛰었다.선수 생명을 걸고 뛰는 것이다. 경기 내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부축을 받아 나갔다. 그는 다음 경기에도 또 뛸 거라고 한다.세징야는 왜 그러는 것일까.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1 35라운드 수원FC와 대구FC의 경기. 대구는 모든 것을 건 경기였다.대구는 K리그1 '꼴찌'다. 12위는 K리그2(2부리그)로 다이렉트 강등된다. 이를 막기 위해 대구 선수들은 간절함을 앞세운 원팀이 됐고, 기적과 같은 무승부를 이뤄냈다.후반 9분 수원FC 싸박에게 선제골을 내준 대구. 매섭게 추격을 했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후반 45분 수비수 카이오가 퇴장을 당한 것.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수원FC의 승리라고 확신했다.대구의 절실함을 모르고 한 섣부른 예상이었다. 10명이 싸운 대구는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세징야의 코너킥을 에드가가 헤더로 밀어 넣었다. 경기는 1-1로 끝났다.승점 1점을 얻은 대구. 순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꼴찌다. 하지만 11위 제주SK와 승점차를 줄였다. 대구는 승점 29점. 제주는 승점 35점. 격차는 6점. 남은 경기는 3경기. 희망은 여전히 있다. 대구는 승강 플레이오프 기회가 주어지는 11위 도약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그 중심에 세징야가 있다. 그는 '대구의 왕'이라 불리는, 대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K리그 역대 최고의 외인 중 하나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시작부터 강렬했다. 2016년 K리그2 대구로 이적해 바로 K리그1 승격의 주역이 됐다. 이후 대구의 사상 첫 FA컵 우승, 그리고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등 대구의 위대한 역사에는 항상 세징야가 있었다.K리그 역대 세 번째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 70(골)-70(도움)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앞서 70-70 클럽에 가입한 이동국과 염기훈은 복수의 클럽에서 이 기록을 달성했다. 세징야는 오직 한 팀, 대구에서만 쌓아 올린 대기록이다. 그래서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대구에서 10번째 시즌. 자신의 젊음을 모두 대구에 바친 세징야는 어느덧 35세의 베테랑이 됐다. 지금 그는 역대 최대 위기에 몰렸다. 강등 위기다. 이 위기를 막기 위해 세징야는 아픈 몸을 이끌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이다.경기 전 김병수 대구 감독은 "세징야가 부상이 있다"고 말했다. 부상을 안고 세징야는 뛰었다. 90분 풀타임을.극적인 무승부 후 김 감독은 자세한 내막을 밝혔다. 그는 "사실 세징야는 경기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본인이 팀을 위해서 뛰겠다고 해서 믿음을 가졌다. 세징야 몸상태가 많이 안 좋다. 허리 통증으로 주사를 맞고 있고, 약물 치료를 하고 있다. 조금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있다. 쉬면서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수원FC전에서 세징야는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수없이 쓰러졌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세징야는 대구의 '에이스'다. 상대 집중 견제를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10년 동안 그런 견제를 받아왔다.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세징야는 버티는 힘이 부족했고, 파울을 피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힘없이 쓰러졌다. 우리가 알던 세징야의 모습이 아니었다. 부상 후유증 때문이다. 이에 김 감독은 "세징야가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파울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장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갈 것"이라고 털어놨다. -
- ▲ 대구의 세징야가 수원FC전이 끝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경기 후 세징야를 만날 수 있었다. 대구 관계자는 "세징야가 허리 통증으로 오래 서 있지 못한다"며 짧은 인터뷰를 부탁했다.극적 무승부에도 세징야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어 보였다. 손은 통증이 있는 허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계속 허리를 신경썼다.세징야는 "목표는 뚜렷하다. 잔류다. 실현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남은 3경기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단의 믿음이 있다. 잔류할 수 있다고 믿고, 훈련하고, 경기에 임한다. 1%의 확률이 있으면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다짐했다.남은 3경기. 세징야는 모두 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세징야에 후진은 없다.그는 "남은 3경기에도 뛸 수 있다. 필요한 치료, 회복, 컨디션 조절 등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몸상태가 좋아지면, 운동장에서 더 나은 플레이, 더 좋은 반응을 보여줄 수 있다.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세징야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세징야 스스로 용납이 안되는 것이다. 세징야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구의 피'를 가졌다. 몸이 부서져도 대구의 강등은 막아야 한다. '대구의 왕'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세징야에게 대구는, 클럽 이상의 가치, 직업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대구가 곧 세징야고, 세징야가 곧 대구다."대구는 나의 집이고, 나의 팀이고, 나의 가족이다. 이런 마음을 경기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한국 선수와 브라질 선수가 한마음 한뜻으로 임한다. 내가 이렇게 하면 정신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통증과 아픔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나의 가족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인터뷰를 마친 세징야. 그는 대구 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허리에 손을 댄 채로. 고개를 숙인 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