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보여주기식 외교 급급 … 합의문 공개하라"여권 우군으로 불리는 민노총도 "사대주의 굴종"
-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두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하루 만에 엇갈리면서 야당은 물론,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자화자찬을 통해 '보여주기식 외교'에 급급하다며 국익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 정권이 또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샴페인부터 터뜨리며 자화자찬을 시작했다"며 "지난 8월에도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의 잘 된 협상'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실패한 협상이었다"고 지적했다.이어 "이번 협상 발표문에는 투자 프로젝트 선정 기준, 투자금 회수 구조, 수익 배분 방식 등 핵심 내용들이 빠졌다"며 "특히 자동차 관세의 명확한 인하 시점과 소급 적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앞서 한미 관세협상이 지난 29일 타결됐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 투자펀드 중 2000억 달러를 매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분할 투자하기로 했다.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등을 진행한다. 미국은 상호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추고, 반도체 관세를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SNS에 "한국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추가로 한국은 미국의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에 동의했으며, 부유한 한국 기업들과 기업인들의 대미 투자는 6000억 달러(약 852조 원)를 초과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에서 9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 받은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지난 30일 SNS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관세협상 합의 결과글을 게시했다.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부터 말이 엇갈렸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그들 시장의 100%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농산물 추가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는 것과 배치된다.반도체 관세도 말이 다르다.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우리나라는 이미 99.7% 관세를 철폐했으며 이번 협상을 통해 추가로 개방된 건 없다"며 "반도체 관세는 대만과 미국의 협의가 마무리돼야 결정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관세협상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야가 빠진 점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부터 이 분야 관세를 50%로 인상한 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했다.양국의 합의문이 없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월 관세협상,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합의문이 작성되지 못해 논란이 됐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문이 나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 지난 7월 31일의 데자뷔처럼 한미 양국의 발표 내용이 달라 국민은 또다시 혼란 속에 있다"며 "보여주기식 급급한 외교는 결국 신뢰를 잃고 국익을 갉아먹는다. 정부는 한미 양국이 실제 합의한 반도체 관세, 시장 개방, 투자 조건을 문서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야당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지지 세력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자총연맹(민노총)은 성명을 통해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국민 기대를 저버린 굴욕적 합의"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등급 무궁화대훈장과 금관 모형을 수여하고, 국빈급 의전을 제공하며 경제 주권을 내줬다"고 비판했다.민주당비례위성정당을 통해 제22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진보당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정부는 협상 결과와 그 내용을 국민 앞에 상세히 보고해야 하고, 반드시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