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KS 2차전 선발 나와 7실점 조기 강판역대 최고의 좌완, 세월의 흐름 앞에 무너져구속, 제구력 등 제대로 된 것 없어
  • ▲ 류현진이 LG와 KS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7실점을 허용하며 조기 강판됐다.ⓒ뉴시스 제공
    ▲ 류현진이 LG와 KS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7실점을 허용하며 조기 강판됐다.ⓒ뉴시스 제공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좌완 투수. '괴물' 류현진이 무너졌다. 그것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류현진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KS)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1차전을 2-8로 무기력하게 패배한 한화는 '전설' 류현진에 희망을 가졌다. 그 희망은 무참히 깨졌다. 

    2006년 이후 19년 만에 KS에 나선 류현진. 그는 3이닝 7피안타(1홈런) 1볼넷 7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했다. 개인 포스트시즌(PS) 최다 실점이다. 종전 기록은 2006년 KIA 타이거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5실점이었다. 

    1회 말을 삼자범퇴로 잘 막았지만, 2회 말부터 격하게 흔들렸다. 김현수와 문보경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오지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박동원에게 적시 2루타를 내준 데 이어 구본혁에게 허용한 강한 타구가 몸에 맞고 굴절돼 내야를 빠져나가며 2타점 동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박해민의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에 내보낸 류현진은 홍창기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얻어맞아 4-5 역전을 허용했다.

    3회 말에도 계속 흔들렸다. 1사 이후 문보경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오지환을 내야 땅볼로 돌려세웠지만 박동원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얻어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19년 전 류현진은 한국 야구의 새로운 '슈퍼스타' 등장을 알렸다. 정규시즌에서 18승(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23, 204탈삼진으로 3관왕과 함께 최초로 신인왕,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를 거머쥐었다. KS에서도 3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2.25를 호성적을 마크했다.

    19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38세가 된 류현진은 무기력했다. KS 2차전 최고 구속은 146km에 그쳤다. 1회 초 한화가 4득점을 한 후 벌어진 일이라 더욱 충격이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 3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올 시즌 PS 첫 경기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화 '원투 펀치' 코디 폰세도, 라이언 와이스도 무너진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7실점은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 부진이다. 류현진은 구속도, 제구력도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잦았다. 큰 경기 경험을 가졌다는 강점도 발휘되지 못했다. 류현진은 세계 최고의 무대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 경험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류현진은 한화 선발진 중 유일하게 5일 휴식을 받았다. 

    시대의 종말. 이것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현진이 전성기에 내려온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올 시즌 9승을 챙기며 저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팀에 힘이 되지 못했고, 패배의 원흉으로 전락했다. '류현진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류현진이 다음에, 다음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역사상 최고의 좌완 류현진에게 가졌던 거대한 희망을 예전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대의 종말을 인정하고,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할 때다.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세상 그 어떤 위대한 선수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