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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수성이란 외부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상황이나 이슈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말한다. 국가정책에도 감수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중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유독 정책 감수성을 중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이슈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감수성이 철저하게 배제됐다.

    결국 총 27번의 '헛발질 대책'은 서울을 넘어 전국을 불장으로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획일적 규제가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과 무주택자들의 '패닉바잉(공황매수)'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6·27대출규제' 후에도 집값이 뛰자 서울 전체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으로 묶는 '10·15부동산대책'을 내놨고 이제는 안 건드리겠다던 세제 개편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울 집값을 올린건 강남권과 '한강벨트'내 고액 자산가들이었지만 정작 무주택 서민들이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내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는 사실상 끊겼고 전세살이마저 쉽지 않은 지경에 내몰렸다. 감수성 결여된 부동산 규제탓에 시장이 왜곡되고 애먼 피해자만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공분을 사고 있는 것도 '감수성 결여'와 궤를 같이 한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한 유튜브채널에서 대출규제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는 지적에 "소득이 쌓인 후에 그때 가서 집을 사면 된다.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다.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등 발언을 내놔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10·15대책을 옹호하며 "수억, 수십억원 빚내서 집을 사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종합해보면 최소한의 대출로 집을 사라는 것인데 현재 서울 집값을 생각하면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직장인 월급으로 서울에서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월급을 13년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서 내집 마련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월급 30%도 모으기 어렵다. 결국 평범한 국민들에게 서울 내집 마련은 평생의 '꿈'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빚내지 말고 집 사라'는 이 차관과 김 원내대표 발언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이 수십억원대 고가아파트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로남불' 논란까지 일고 있다.

    감수성을 잃은 정부정책은 '약발'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부동산정책은 더욱 그렇다. '거래를 틀어막아 집값을 잡는다'는 식의 접근방식으론 서울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되려 집값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무주택 서민들의 숨통을 옥죌뿐이다.

    투기성 거래는 철저히 단속하되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 길은 열어줘야 한다. 이들이 몇억원 대출받아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 집을 산다고 해서 서울 집값이 요동치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내집 마련을 목표로 달리는 평범한 가장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