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 '노동시장 둔화' 내세웠지만 실물지표는 "글쎄""9월 FOMC, 전망·코멘트·점도표 따로 놀았다"내년 감세정책·재정적자 확대 압력 시 장단기 금리차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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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처=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긴 버티기 끝에 금리 인하 국면으로 진입했지만, 인하의 명분으로 제시한 '노동시장 하방 위험'과 현실 간 괴리는 여전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경기 둔화 대응이라기보다 '정치적 완화'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이를 의식하듯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각) 노동시장 하방 리스크를 재차 언급했다. 명분은 위험관리지만, 실제로는 향후 완화 사이클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파월 의장이 다시 노동시장 하방 위험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사전 정지작업에 가깝다"며 "양적긴축 종료 예고와 함께 연말까지 연속적 금리 인하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는 이어 "연준은 고용시장 악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연속 인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에 가깝다"고 덧붙였다.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의 연설에서 수개월 내 양적긴축 종료를 예고하며 "노동시장이 심각한 하방 리스크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고용지표 둔화 속도는 완화적 정책 전환을 뒷받침하기에는 미약하다는 평가다.연준발(發) 코멘트가 시장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데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정 연구위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최근 회의 중 가장 이례적인 회의"로 평가했다.그는 "경제 전망, 점도표, 연준의 공식 코멘트가 모두 따로 움직였다"고 꼬집었다.실제로 당시 연준은 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했다. 내년도 실업률 전망치는 오히려 낮췄다. 명분으로 내세운 '고용 둔화'는 실물지표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시장에서는 점도표에 나타난 대다수 의견대로 연내 세 차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까지는 빠른 속도의 인하가 이뤄지고, 내년 이후에는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그럼에도 파월 의장이 고용 불안을 반복 언급한 것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자, 향후 완화 사이클을 정당화하기 위한 '위험관리형 언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연합뉴스
그렇다면 연준은 왜 9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완화 기조로 선회했을까.전문가들은 이를 내년 정치 일정과 맞물린 '정책적 시차 관리'로 보고 있다.정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축이 내년 들어 관세에서 감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2025년이 단연 '관세의 해'였다면 2026년은 '감세의 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트럼프의 대선 공약이었던 세 부담 경감이 본격화하면 재정적자 확대 압력도 함께 불어나게 된다.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는 팬데믹 이전 연준 표준편차 밴드 상단인 3.3%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완화 전환이 늦어질 경우 감세정책과 맞물린 경기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어, 연준이 선제적으로 인하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다.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에 정책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감세 확대는 가계소득을 자극하겠지만,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장단기 금리차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결국 연준의 이번 인하는 '노동시장 둔화'라는 명분 아래 정치·재정 환경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연준의 '위험관리형 인하'가 경제보다 정치에 더 민감한 정책으로 비쳐진다면 내년 '감세의 시대'가 본격화할 때, 연준의 명분은 현실의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