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장판사, 특검 조사받은 A 씨 사망에 문제 제기"특검, 결론이 먼저 정해진 조사로 전락""한 지방 공무원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용"
  • ▲ 지난 7월 2일 김건희 특검팀 현판식에서 발언하는 민중기 특검.ⓒ연합뉴스
    ▲ 지난 7월 2일 김건희 특검팀 현판식에서 발언하는 민중기 특검.ⓒ연합뉴스
    이른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양평군청 소속 50대 공무원 A 씨가 숨진 데 대해 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특검의 폭주는 정의의 이름을 빌린 폭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1일 강민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평군 모 면장이 자필로 남긴 마지막 기록은 절규였다"며 "그는 단지 '증언하라'는 압박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갔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A 씨는 야간 조사 후 귀가해 자필로 작성한 메모에서 "너무 힘들고 지친다. 이 세상을 등지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강 전 부장판사는 "그는 진실을 말할 권리를 빼앗긴 채 '특검의 시나리오' 속에서 죄인이 되어 갔다"며 "이번 수사는 이미 진실 탐구가 아닌 목표 달성형 수사, 즉 '결론이 먼저 정해진 조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실적 삼으려는 특검 조직의 욕망이 한 인간의 생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면서 "이것은 법치가 아니라 '정치의 칼춤'이며, 정의의 외피를 쓴 권력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A 씨가 생전 작성한 메모를 인용해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다그치고, 모른다고 하면 기억을 만들어내라 한다'는 문장이 있다. 이 한 줄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면서 "특검이 '진술'을 강요하는 순간, 수사는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폭력의 연장선이 된다"고 강변했다.

    A씨는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의 상태, 유족 진술, 현장 상황 등을 종합할 때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13일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강 전 부장판사는 "이번 수사팀은 한 지방 공무원을 '진실의 도구'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용했다"며 통상적 절차가 어떻게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검이 A 씨를 통상적 절차에 따라 조사했다고 발표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강 전 부장판사는 "조사 후 피조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의 압박이 있었다면 그 절차는 이미 비정상이며 인권 침해"라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 조직적 폭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특검은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징계하지 않고, 언론에는 '정치공세'라는 변명만 되풀이한다"며 "한 공무원의 죽음을 대가로 한 '특검의 성과'는 결코 정의가 아니다"라고 특검 차원의 사죄를 촉구했다.
  • ▲ 양평군청. 출처=양평군ⓒ연합뉴스
    ▲ 양평군청. 출처=양평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