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美-아르헨 통화 스와프, 일종의 사기""미국인 세금으로 헤지펀드 탈출 지원" 주장베센트 재무장관 지인, 헤지펀드 억만장자 '롭 시트론' 거론
  • ▲ 지난 4월 14일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인 카사 로사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미국 기업가들과의 면담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롭 시트론(왼쪽에서 두 번째)도 이날 면담에 자리했다. 출처=아르헨티나 대통령실ⓒ연합뉴스
    ▲ 지난 4월 14일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인 카사 로사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미국 기업가들과의 면담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롭 시트론(왼쪽에서 두 번째)도 이날 면담에 자리했다. 출처=아르헨티나 대통령실ⓒ연합뉴스
    외화보유고 고갈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9일(현지시각)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구매한 것과 관련해, 이는 아르헨티나가 아닌 미국의 부유층 펀드 매니저들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의 개인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이 전략적 가치도 없고, 부패·정치 불안·재정난·디폴트(국가 채무불이행)로 악명이 높은 아르헨티나 극우 정부에 통화 스와프로 200억달러(약 29조원)를 쏟아 붓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이후 3번이나 디폴트에 빠졌고 총 9번 채무 이행을 지키지 않았으며, 미국이 200억달러를 빌려준다고 해도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전략을 구제할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전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헤지펀드들은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구워삶은' 밀레이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감행했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밀레이가 10월 중간선거에서 대패할 것이 확실해지자 이들은 아르헨티나 자산을 대거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아르헨티나와의 200억달러 통화 스와프를 언급했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베센트 장관은 9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이에 대해 경제학자 매슈 클라인의 말처럼 일종의 '사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국제통화기금)이나 미국 재무부 같은 외부 기관이 아르헨티나에 차관을 제공하면 그 돈은 즉시 국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국 납세자의 돈이 페소 가치를 떠받치고 그 덕분에 헤지펀드들이 고평가된 가격에 자산을 팔아치운 뒤 탈출하는 구조로 결국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헤지펀드들의 탈출을 지원해 주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밀레이 지원을 설득한 사람 중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롭 시트론이 있으며, 그는 베센트 장관의 통화 스와프 관련 발표 직전 아르헨티나 자산을 대거 사들였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통화 스와프로 시트론은 돈을 챙기고 도망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아르헨티나 지원에 대해, 미국 농부들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 정부가 셧다운인 상태에서 부유한 펀드매니저에게 혜택을 주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구제금융 결정의 실제 목적이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부유층 투자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했다.

    특히, 베센트 장관의 지인들이 이끄는 주요 헤지펀드들이 아르헨티나 구제금융으로 금전적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NYT는 문제의 지인들로 스탠리 프리먼 드러켄밀러와 롭 시트론을 거론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