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성과 없자 … 대법원 국정감사, 1일에서 2일로 확대"사법부 수장을 국회로 불러내는 행위, 민주주의의 적""대법원장 불러낼 어떤 법적 근거 없어 … 삼권분립 침해"
  •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불참 했다.2025.09.30 ⓒ이종현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불참 했다.2025.09.30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 이후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을 내세워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행정부·입법부의 사법부 흔들기가 전례 없진 않지만, 각종 의혹을 앞세워 국정감사 일정을 추가하고 사법부 수장의 거취를 정면으로 겨누는 방식은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청문회 성과 없자 … 대법원 국정감사, 1일에서 2일로 확대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3일과 15일 대법원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당초 13일 하루 일정이었으나, 민주당이 15일 대법원 현장검증을 추가하면서 일정이 이틀로 늘었다.

    이는 지난달 30일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가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불출석으로 사실상 빈손에 그친 데 따른 조치로, 여당은 이번 국감을 '사실상 2차 청문회' 수준으로 진행하겠다는 기조다.

    이에 대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대법원장에 대해 탄핵 협박, 사퇴 강압, 청문회 소환까지 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유죄를 줬다고 보복하는 것이고, 이재명 재판을 없애겠다고 사법부를 흔드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 역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감을 하루 더 하고, 현장에 가겠다는 것은 국감을 대법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5월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법사위를 중심으로 내란특별재판부 신설, 법관평가제 도입 등 사법권 독립과 충돌 소지가 있는 입법을 밀어붙이며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 또는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 ▲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 신상진 "사법부 수장을 국회로 불러내려는 자들, 민주주의의 적"

    이 같은 압박 국면을 두고 신상진 성남시장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필귀정. 경찰의 과잉 충성이 빚은 촌극인지, 파쇼의 서곡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법원의 완전한 독립이 그 기초"라고 밝혔다.

    신 시장은 "법관의 최고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찍어내리려는' 자들은 민주주의의 적이자 파쇼와 이미 입맞춘 자들"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며 "정치가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시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법원 행정 현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국회 출석 요구 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을 듣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을 듣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대법원장 불러낼 어떤 법적 근거 없어 ... 명백한 위헌이자 삼권분립 침해"

    앞서 지난달 30일 진행됐던 여당의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 강행 시도는 헌법 제103조가 규정한 법관의 독립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지적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부른다는 것은 명백한 사법권 독립 침해가 맞다"라며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법적근거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일반 판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지귀연 판사에 대해서도 증인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결코 불러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법권 독립이 헌법에 써진 이유는 결국 권력분립 때문이며 권력분립의 개념은 상호견제와 균형이다"라며 "이때 견제한다는 것은 본인들 멋대로 견제하는 것이 아닌 헌법에서 써놓은 방법에 한해서만 견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입법기관이 사법기관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법관의 자격과, 기타 절차, 사법행정에 관해서나 할 수 있지 사법권에 대해서는 결코 헌법이 허용하지 않으며 명백한 위헌이다"고 못박았다. 

    한 법조인 역시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하는데, 입법부가 청문회를 통해 판결 법리나 재판 운영을 문제 삼는 순간 판사는 정치적 압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 독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정치 공세 차원을 넘어 사법부를 입법부의 하위기관으로 전락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을 불러서 청문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입법권을 가진 여당이 다수당이란 권력으로 사법부를 아래에 두고 위헌을 강행하고 있다"며 "향후 여야 다수당이 판결에 불만을 품을 때마다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세우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 헌정 질서에서 극도로 위험한 시그널"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장 역시 "청문회라고 하는 것은 주로 행정관료들, 정책에 대해 감시 등을 위한 취지로 만든 것이지 재판하는 판사까지 그런 식으로 불러내서 재판 결과 및 그 과정에 대해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상식과 맞지 않는 생떼"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헌법학자 역시 "입법부가 권한을 남용해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시도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조차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며 "헌법상 권력분립 조항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