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관련 한미 불협화음에 외국인 집중 매도 원달러 환율도 1413원선까지 급등 미국 GDP 깜짝 성장에 금리 인하 기대도 퇴색美, 3500억 달러 요구 강경 입장 고수이재명 정부 집권 초반 사실상 '외통수' 빠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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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써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이른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놓고 충돌을 빚으면서 우리 금융 시장이 극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 주가는 하루 만에 100포인트 넘게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단숨에 달러당 1412원 위로 뛰어 오르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양상이다.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까지 꺾이자 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들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모습이다.한미간의 충돌이 단기간에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지금의 상황이 이재명 정부 초기 최대 위기 상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이 3500억 달러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그것도 선불(up front)"이라고 못을 박았다.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무역 합의로 앞선 한 사례(EU)에서는 9500억 달러를 확보했고, 이는 과거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다. 일본에서는 5500억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고 말했다.그의 발언은 한미간 무역합의의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놓고 협상이 막혀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한국의 조건 완화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결코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잘하고 있다. 우리가 이토록 잘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한미는 지난 7월 30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투자 패키지방식과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한국은 특히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제공한다면 한미간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 조건'(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라고 맞서고 있다.반면 한국은 달러 보유고가 4100억 달러에 불과해 단기간 직접적인 3500억 달러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상업적 타당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 도출이 핵심 과제이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밝혔다.이런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에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금액을 더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저널은 "러트닉 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 인사에게, 한국이 약속한 3천500억 달러를 소폭 증액해, 최종 금액을 일본의 5천500억 달러에 가깝게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한미간의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이날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코스피 지수는 장중 100포인트 넘게 빠지면서 3367.71까지 내려 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413원선까지 급등했다.양국이 이견을 계속 보이는데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는데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면서 10월 기준금리 인하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경제와 외교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이재명 정부 초반 가장 힘든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줄 경우 '탄핵'까지 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주장을 좀처럼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시장에서는 미국의 요구대로 받아주고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안될 경우 환율이 달러당 16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25%에 달해,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이미 현대자동차의 경우 고관세로 한 달에 수천 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