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마치고 귀국 … 다자외교 데뷔전서'민주 대한민국 복귀·END 이니셔티브' 천명관세 협상 세부 사항 타결은 여전히 과제로美, 현금 출자 방식 요구 … 통화스와프 관건
  •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써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써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미국 뉴욕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렸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앞으로 있을 관세 협상 후속 조치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한국시각으로 26일 밤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과의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를 담은 'END(종결)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세일즈 외교에도 직접 나섰다. 방미 첫날 래리 핑크 블랙록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AI·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순방 마지막 날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한민국 투자 서밋'(IR)을 열고 월가 금융인들에게 한국 투자를 요청했다.

    이외 세계 각국 정상들과 양자외교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우즈베키스탄·체코·이탈리아·폴란드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원자력·방위산업·핵심 광물·인프라 등 분야 협력과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재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미국 상·하원 의원단 등을 접견하고 교착 상태에 놓인 관세 협상에 대한 논의도 이어갔다.

    미국이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 패키지 중 미국 내 직접 투자 비율 확대를 요구하며 양국은 대미 투자의 구조와 방법, 이익 배분 방식 등 세부 조항 물밑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순방 기간 미국에 3500억 달러 펀드 선결 조건으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내걸며 여론전에 나섰다.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제공하면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의 80%를 사용해야 하므로 외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필요조건이다. 그게 안 되면 우리나라에 미칠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 안 되면 그다음부터는 나아갈 수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의 대부분을 보증과 대출 등 간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10월 APEC 정상회의를 사실상의 시한으로 설정하고 미국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상업적 합리성에 맞고, 우리나라가 감내할 수 있고, 국익에 부합하고, 한미 간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협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별도의 데드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APEC 기간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펀드 방식과 관련해 '선불'(up front)을 요구하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3500억 달러에 대한 현금 투자를 직접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관세와 무역 합의 덕분에 한 사례에서는 9500억 달러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전에는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라며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9500억 달러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