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구 이유 없음"…변호인단 "증거는 영상, 도주 우려 해소" 공방김도균 판사 '수사비례 원칙' 강조해온 인물 … 법조계 "비례성 심사 충분했나" 논란
  • ▲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뉴데일리 DB
    ▲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뉴데일리 DB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부산의 한 대형 교회 소속 손현보 목사가 제기한 구속적부심이 기각됐다. 손 목사 측은 구속 사유가 없다며 반발했고, 법원은 "청구 이유 없음"이라는 결정 요지만을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형사소송법상 비례성 심사를 충분히 거쳤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4-3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손씨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 심문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약 50분간 진행됐다. 이번 적부심은 당시 영장 발부 사유인 도주·증거우려 등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현재에도 유지되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절차였다.

    앞서 손 목사는 4·2 부산교육감 재선거와 관련해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 특정 후보자와 대담한 영상을 SNS에 게시한 혐의, 6·3 대선 선거운동 기간 특정 후보의 당선을 지지하고 다른 후보의 낙선을 시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종교단체 또는 그 구성원의 직접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취지에 저촉된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경찰은 4월 부산시선관위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9월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9월 8일 도주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으며, 손 목사는 9월 10일 검찰에 송치됐다. 

    변호인단은 구속 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김태규 변호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건 증거 대부분 영상으로 남아있고 손 목사 역시 이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아 사실관계에 큰 다툼이 없고 이는 수사 과정에서도 확인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도주 우려와 관련해서도 "신고지와 실제 생활지가 교회 중심이라 '주거 부정'으로 오해받았으나 심문에서 소명했다"며 "심문 과정에서 재판장이 증거인멸·도주 우려를 별도로 지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심문 과정에서 재판장이 법리 쟁점 대신 '서부지방법원 사태'와 '이완용'을 언급했다며 '사건과 무관한 프레임'을 보인 재판장에 대해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법리적 쟁점 대신 뜬금없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서부지방법원 사태와 이완용을 언급, 기독교 인사들이 서부지방법원 사태에 연루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손 목사가 해당 사건을 주도한 양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구속의 정확한 구실도 찾지 못하자 사건과 무관한 엉터리 거래 담론만 되뇌이며 영장 발부한 판사만 두둔하려 했다"고 꼬집었다. 법원은 "청구 이유 없음"이라는 결정 요지만 제시했고, 세부 판단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이번 판결을 맡은 김 부장판사가 논문에서 주장한 비례성 심사 충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도균 부장판사는 2024년 부산판례연구회 논문 '수사비례의 원칙'에서는 수사비례를 실체적 적법절차의 구체화로 보면서, 영장주의에 따른 법원의 책무가 형식 심사를 넘어 수사의 실질적 정당성까지 충실히 심사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형사소송법 제119조 1항을 언급하며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부정, 증거인멸, 도주'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구속이 가능하지만 추가로 범죄의 무게 즉 중대성, 재범 가능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게 위해 우려가 있는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벌금 및 구류, 과료 최대 50만원 이하에 그치는 경미한 사건의 경우에는 주거부정이 있는 경우에만 구속을 허용하고 있다. 

    과거 손 목사의 구속영장 발부 당시 법조계에서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명백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은 "영장이 발부되려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명백해야 하지만 30년 넘게 한 교회에서 목회해 온 인물에게 도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라며 "도주 우려라는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이유로 인신을 구속한 것은 판사가 영장 발부를 '허가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법관의 판결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간 수사비례의 원칙을 주장하며 구속 등에 있어서 기본권을 특별히 강조해온 판사가 한 판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다소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법리적 근거가 아닌 재판장 개인의 정치적 주관에 따른 정치적 판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이는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게 하고 사법부를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