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들 "삼권분립 근간 흔드는 위헌적 발상""입법부가 대법원장과 판사 청문회 불러낼 법적 근거 없어""여당은 헌법 부정하는 과도한 사법부 공격 멈춰야"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긴급 청문회를 오는 30일 열기로 한 가운데 법조계와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법원장을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사법권 침해이자 명백한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법원장 불러낼 어떤 법적 근거 없어 ... 명백한 위헌이자 삼권분립 침해"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여당의 청문회 시도는 헌법 제103조가 규정한 법관의 독립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지적한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부른다는 것은 명백한 사법권 독립 침해가 맞다"라며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법적근거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일반 판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지귀연 판사에 대해서도 증인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결코 불러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법권 독립이 헌법에 써진 이유는 결국 권력분립 때문이며 권력분립의 개념은 상호견제와 균형이다"라며 "이때 견제한다는 것은 본인들 멋대로 견제하는 것이 아닌 헌법에서 써놓은 방법에 한해서만 견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입법기관이 사법기관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법관의 자격과, 기타 절차, 사법행정에 관해서나 할 수 있지 사법권에 대해서는 결코 헌법이 허용하지 않으며 명백한 위헌이다"고 못박았다. 

    한 법조인 역시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하는데, 입법부가 청문회를 통해 판결 법리나 재판 운영을 문제 삼는 순간 판사는 정치적 압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 독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정치 공세 차원을 넘어 사법부를 입법부의 하위기관으로 전락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을 불러서 청문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입법권을 가진 여당이 다수당이란 권력으로 사법부를 아래에 두고 위헌을 강행하고 있다"며 "향후 여야 다수당이 판결에 불만을 품을 때마다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세우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 헌정 질서에서 극도로 위험한 시그널"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장 역시 "청문회라고 하는 것은 주로 행정관료들, 정책에 대해 감시 등을 위한 취지로 만든 것이지 재판하는 판사까지 그런 식으로 불러내서 재판 결과 및 그 과정에 대해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상식과 맞지 않는 생떼"라고 비판했다. 

    헌법학자 역시 "입법부가 권한을 남용해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시도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조차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며 "헌법상 권력분립 조항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이종현 기자
    ◆'검찰청 폐지', '내란전담재판부'…반복되는 '위헌' 논란

    법조계는 이번 사안이 고립된 사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여당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사법 관련 입법이 위헌 논란을 지속해서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이 검찰청 폐지를 추진하면서도 이미 '위헌'이라는 경고가 쏟아진 바 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기관의 명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며 "검찰청 폐지는 헌법 명문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역시 헌법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가 특정 사건의 재판부를 사후적으로 꾸리는 것은 삼권분립 원리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며, 특정 정치 성향의 인물이 법관으로 선별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송영훈 변호사는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을 겨냥해 재판부를 사후적으로 새로 꾸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법 독립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위헌적 시도"라며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 제27조 1항, 즉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