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中 전용 저사양 RTX6000D, 주문-테스트 중단 통보""中 AI칩, 엔비디아 칩보다 성능 앞선다고 판단-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미·중 갈등 피해자' 젠슨 황 "현 상황에 실망…트럼프와 관련 대화할 것"
  • ▲ 미·중 무역전쟁 및 테크기술 갈등 여파로 중국 판매에 심한 제한을 받게 된 엔비디아 칩.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미·중 무역전쟁 및 테크기술 갈등 여파로 중국 판매에 심한 제한을 받게 된 엔비디아 칩.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대해 엔비디아의 최신 중국 전용 AI칩 구입을 금지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를 포함한 자국 기술기업들에 추론작업에 쓰이는 중국 전용 신형 저사양 칩인 'RTX 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이번 주 통보했다.

    몇몇 기업은 RTX 6000D 수만개를 주문하겠다고 밝혔고, 엔비디아 서버 공급업체들과 이 칩에 대한 테스트와 검증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CAC의 지시 이후 관련 작업을 중단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RTX 프로 6000D는 엔비디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용 AI칩인 'H20' 수출을 제한한 후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한 AI칩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앞서 중국의 H20 구매중단조치보다 더 광범위한 것으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자체 칩 공급망을 확보해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자국 기업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H20 구매를 제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특히 국영기업이나 민간기업이 정부 또는 국가안보 관련 업무에서 H20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한 중국기업 임원은 "메시지가 이제 더욱 크고 분명해졌다"며 "이전엔 지정학적 상황이 나아지면 엔비디아의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었지만, 이젠 국내 (반도체산업) 시스템 구축에 모두가 매달려야 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RTX 6000D가 중국의 고객사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샘플테스트에서 이 칩은 성능 면에서 RTX 5090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기반으로 설계됐지만, 고성능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신 일반 GDDR 메모리를 쓴다. 이로 인해 중국기업들은 RTX 6000D보다는 AI 학습까지 가능한 고성능 칩인 H20에 더 관심이 크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중국 규제당국이 최근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자국 반도체업체들과 알리바바, 바이두 등을 불러 자사 AI칩과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AI칩간 성능을 비교해 보고하도록 했고, 기업들은 자사의 AI칩이 엔비디아 칩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최고위층에선 엔비디아 칩을 사지 않아도 자국 칩을 통해 충분히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중간 무역전쟁 및 테크기술 갈등 여파로 엔비디아 칩의 중국 판매에 심한 제한을 받게 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AP·AFP통신 등이 전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런던을 방문한 그는 "우린 그 나라가 우릴 원해야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 실망스럽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다뤄야 할 더 큰 의제들이 있다"며 "이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정학적 정책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계속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바라는 대로 지원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CEO는 최근 수일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한 적이 없다면서 "오늘 밤(윈저성 국빈 만찬에서) 대통령이 아마도 내게 물어볼 것 같다. 비슷한 말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H20은 올해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통제 강화로 수출이 금지됐다가 이후 7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수출 재개가 허용됐다. 하지만 실제 출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는 수출승인의 대가로 미국 정부에 대중(對中) 수출 매출액의 15%를 납부하기로 합의했으나, 이에 대한 규정 마련도 마무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