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소환 불응 후 자진 출석, 특검 "법 절차에 따라 엄정 처리"권성동 의원 구속 여부 지켜본 뒤 출석 … 정치자금법·청탁금지 혐의 조사
  • ▲ 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세 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한 뒤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조사 후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오늘 조사는 피의자가 3회 소환 통보에 불응한 뒤 공범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일을 결정해 협의 없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재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출석을 미뤘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의원은 전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는 판단으로 결국 구속됐다.

    특검팀은 지난 8일, 11일, 15일 소환을 요구했으나 한 총재 측은 심장 관련 시술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후 특검팀이 체포영장 가능성을 시사하자 17일 자진 출석했다. 특검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출석할 의사가 있었다면 지난 15일 했어야 하지 않나"라며 출석 지연을 문제 삼았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윤석열 정부 지원을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도 있다.

    윤 씨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정교일치' 이념 실현을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고, 금품 제공과 청탁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통일교 측은 개인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한 총재를 신문했으며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 주치의와 간호사, 건물 지하에 앰뷸런스까지 대기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심방세동, 심부전 등 질환을 앓아왔으며 올해 1월 미국 선교 중 증상이 악화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 총재 측은 시술 이후 산소포화도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뇌졸중·뇌경색 등 합병증 위험이 있으나 법적 절차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