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첫 친서방 아랍국가 공격하마스 "대표단 암살 시도 실패" 주장네타냐후 총리실 "이스라엘 단독 작전"
  • ▲ 이스라엘이 공습한 카타르 수도 도하 건물. 250909 로이터 연합뉴스. ⓒ연합뉴스
    ▲ 이스라엘이 공습한 카타르 수도 도하 건물. 250909 로이터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급 인사를 노려 카타르 수도 도하를 전격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2년간 휴전중재국 카타르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스와 휴전협상도 파국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로이터·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15시50분께 도하의 카타라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카타르 외무부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는 주거용 건물이 공격당했다고 설명했다.

    폭발이 일어난 직후 이스라엘군(IDF)은 성명을 내고 "군과 신베트는 하마스 테러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타격했다"면서 공습 사실을 확인했다.

    IDF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무기를 사용했다면서 "하마스 테러조직을 격퇴하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번 작전이 '불의 꼭대기'로 명명됐으며 전투기와 무인기(드론)가 이스라엘 본토에서 1800㎞ 넘게 떨어진 표적에 폭탄 10발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하마스 휴전협상 대표단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하던 도중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는 대표단을 이끄는 하마스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하야와 하마스의 CEO로 불리는 자헤르 자바린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하마스의 새 수장 칼레드 메샬도 이들이 있던 회의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성명에서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만 숨졌다면서 "협상대표단을 암살하려는 적의 시도는 실패했다. 지도부는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카타르군 장교 1명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하마스가 그간 지도자급 인사의 사망 사실을 몇달간 은폐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 ▲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50909 AP/뉴시스. ⓒ뉴시스
    ▲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50909 AP/뉴시스. ⓒ뉴시스
    이날 예루살렘 주재 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어 연설에서 "어제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뒤 당국자들에게 하마스 지도부 살인자들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하에서의 정밀공습은 가자지구 전쟁을 즉시 끝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을 시작으로 평화의 확장을 다시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히브리어 연설에서도 "우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원칙을 받아들였다. 전쟁은 지금 당장 끝날 수 있다"면서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을 압박했다.

    이어 "테러 지도자들이 어디서든 처벌받지 않고 지낼 수 있던 시기는 지나갔다"며 "우리 적들은 알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생긴 이후 유대인의 피는 절대 값싸지 않다"고 말했다. 도하에서 공격받은 하마스 지도부가 회의하고 있었던 장소가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 내 학살을 자축했던 장소였다는 점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향해 영어로 "이 살인자들에게 휘둘리지 말라. 그들은 여러분을 인간 방패로 삼고 지하에 숨는다"며 "우리와 평화를 이루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라. 그러면 전혀 다른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N12 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을 수개월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후 2년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하마스와 연대하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노려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카타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스는 2012년부터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운영해왔고, 전쟁 발발 이후 이곳이 사실상 하마스의 지휘부 역할을 하고 있다. 카타르는 하마스 등 역내 무장조직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긴장 완화와 중재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은 충격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격 사실은 인정하면서 전적으로 이스라엘 독자적인 작전이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오늘 하마스 최고 테러 지도부에 대한 조치는 완전히 독립적인 이스라엘의 작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이(작전)를 계획했고, 실행에 옮겼다"며 "이스라엘이 공격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면서도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