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최초 설계부터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국토부·공항공사·점검기관, 18년간 인지하고도 방치개량 사업에서도 제거 대신 '강화'김은혜 "정치 공약으로 만든 공항이 국민 희생 초래"
  •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군 장병들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4.12.29. ⓒ서성진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군 장병들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4.12.29. ⓒ서성진 기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구조적 결함과 이를 방치한 행정의 총체적 실패가 빚어낸 인재였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둔덕 구조물은 처음부터 부적절하게 설계·시공됐고 이후에도 수차례의 시정 기회가 있었음에도 국토교통부와 관계기관은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에서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공항 구조물(둔덕)이 최소 세 번의 기회에도 시정되지 않았고, 국토교통부는 18년간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하며 국토부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했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1999년 무안공항 실시설계 도면에 따르면 활주로 말단에 설치된 콘크리트 기초대는 항공기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쉽게' 설계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2열 가로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고정돼 있었다.

    더 큰 문제는 2000~2007년 시공 과정에서 이 구조물이 세로형으로 바뀌었음에도 이에 대한 설계 변경 자료나 승인 내역이 국토부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이해하기 힘든 설계와 시공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무안공항 둔덕을 없앨 기회가 최소 세 번 있었다"고 했다. 

    첫 번째 기회는 2007년 무안공항을 인수한 한국공항공사가 국토부에 제출한 보완 건의사항이 지목됐다. 김 의원은 "현장점검 내역에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길이가 부족하고 LLZ(로컬라이저)는 둔턱 위에 설치되어 있어 장애물로 간주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국토부는 '종단안전구역은 권장기준일 뿐'이라며 보완을 미뤘다"고 비판했다.

    두 번째 기회로는 매년 이뤄진 공항운영검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이 공항시설법 제40조 및 국토부 고시에 따라 18년간 진행된 공항운영검사에서 매번 'S(만족)' 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 김 의원은 "정기/수시 점검표 기준대로만 검사했어도 둔덕은 개선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기회는 2020년 5~8월 진행된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이었다. 이 과정에서 무안공항에 설치된 둔덕은 제거되기보다는 콘크리트 상판이 추가 설치되는 방향으로 강화됐다. 김 의원은 "개량사업 과정에서 둔덕이 제거되기는커녕 '강화'된 둔덕으로 탈바꿈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예견됐던 그러나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한 공약으로 시작된 무안공항은 결국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전락했고, 정부 관심 밖으로 밀려난 공항의 결말은 국민의 죽음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특검 도입 의지를 묻고 "관련 수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필요하다면 특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국회 진상규명 활동 촉구를 위한 의견서'를 통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중간발표에 강하게 반발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항철위가 지난 7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종사가 엔진을 착오로 끈 것이 결정적 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설명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참사는 단일 원인이 아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블랙박스 기록이나 음성 녹음 등 원본 데이터의 공개 없이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며 "국토부 영향력 아래 있는 항철위는 구조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