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서 출범한 경찰국, 정권 교체 3년 만에 공식 폐지'총경회의' 후폭풍 인정한 경찰청, 명예 회복 조치 나서경찰 인사·예산 권한, 국가경찰위로 이관 추진대통령 직속 중앙행정기관화 구상 … "또 다른 통제 우려"
  • ▲ 경찰국. ⓒ뉴데일리 DB
    ▲ 경찰국. ⓒ뉴데일리 DB
    윤석열 정부 시절 만들어진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이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3년 만에 폐지된다. 2022년 8월 2일 출범한 경찰국은 오는 25일자로 문을 닫으며 정권 교체와 함께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경찰국은 출범 당시부터 '정치 권력의 경찰 장악 시도'라는 비판과 '법에 따른 정상적인 운영'이라는 옹호 논리가 맞서는 논쟁의 중심에 섰다. 폐지 이후에도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는 당시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제도 정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장관이 총경 이상 고위 경찰관을 임명 제청하는 권한을 경찰국이 보좌하고 장관의 법적 책임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경찰국은 출범 직후부터 거센 반발을 불렀다. 특히 시행령만으로 신설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법적 근거가 약하고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와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설치된 점에 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2022년 7월에는 전국 총경 190여 명이 모여 '총경회의'를 열고 경찰국 설치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는 전체 총경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당시 경찰청은 "경찰 내부의 목소리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평가했지만 회의 참석자 상당수가 이후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 복수 직급 배치, 6개월 이내의 보직 변경, 경력과 무관한 업무 배정, 원거리 발령 등이 이어졌으며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결국 사직했다.

    행안부는 경찰국이 경찰 인사와 예산을 쥐고 흔들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본래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독립적으로 인사와 예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찰국은 단순히 장관의 권한 행사를 돕는 역할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경찰관의 처우 개선과 인사 제도 개편을 지원해왔다고 강조했다.
  • ▲ 국가경찰위원회. ⓒ뉴데일리 DB
    ▲ 국가경찰위원회. ⓒ뉴데일리 DB
    ◆이재명 정부의 경찰국 폐지 결정 … 국무회의 의결 통해 3년 만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에 따라 경찰국 폐지를 공식화했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는 경찰국 폐지를 담은 행안부 직제 개정령이 의결됐고 이에 따라 경찰국은 오는 25일자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앞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국은 지난 정부가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그대로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었다"면서 "경찰국은 우리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역시 18일 "경찰국이 폐지되고 검찰개혁안들이 발표되면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경찰권 행사의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높은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한 국가경찰위 실질화와 경찰권 분산을 위한 자치경찰제 추진에 있어서도 국민 의견 적극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경찰국 출범을 반대한 '총경회의' 참석자들의 명예 회복과도 연결된다. 경찰청은 지난 6월 총경회의에 참석했던 간부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고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총경회의와 같은 공식 소통 창구 마련 ▲경찰인재개발원 역사관 내 전시물 복원 ▲한국경찰사에 관련 내용 기록 ▲성과 중심의 공정한 인사제도 정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 경찰청. ⓒ정상윤 기자
    ▲ 경찰청. ⓒ정상윤 기자
    ◆통제 장치 재편인가, 구조적 회귀인가 … 대통령 직속 전환 논란과 정치개입 우려

    다만 이러한 개편이 자칫 또 다른 통제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국가경찰위 실질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행안부 산하 경찰국 폐지 외에는 세부적인 구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던 국가경찰위 실질화 방안이 큰틀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경찰 정책과 예산, 인사 전반에 실질적인 의결권을 부여해 문민 통제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위원 수를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상임위원을 2명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독립적인 사무기구를 설치해 자체 예산 편성과 인사권 행사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나아가 총경 이상 고위 경찰관 인사권을 국가경찰위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경찰청장 임명 과정 역시 위원회의 동의를 거쳐치는 방안도 고려된다.

    이 중 핵심은 국가경찰위의 소속과 지위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 둔다는 것이다. 위원장(상임)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고 경찰청을 국가경찰위 소속으로 둬 경찰의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국가경찰위가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될 경우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접 경찰 행정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는 점이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므로 기존 행안부 장관을 통한 간접 통제에서 정치권력이 경찰 운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게 된다는 우려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을 "정권의 경찰 장악"이라고 비판했음에도 이번 개편 역시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명분과 달리 결과적으로 또 다른 통제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도 보인다.

    반면 경찰국이 사라진 뒤 행안부 장관의 고위직 인사 업무를 돕는 기능은 과거처럼 치안정책관(경무관급)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별도의 조직이었던 경찰국을 없애고 다시 파견직 형태로 지원하는 체계로 환원되는 셈이다.

    경찰국 폐지는 단순히 조직 하나를 없애는 차원을 넘어 경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