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바겐 합의…檢, 최대 12년 구형-재산 263억원 몰수일정 기간 뒤 韓 송환 가능성…권 "내 행위에 완전한 책임"
  • ▲ 권도형 테라폼랩스 전 대표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230323 AP/뉴시스. ⓒ뉴시스
    ▲ 권도형 테라폼랩스 전 대표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230323 AP/뉴시스. ⓒ뉴시스
    4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와 관련한 사기 등 혐의로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하고 최고 형량을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

    미국에서 일정 기간 형기를 채운 뒤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권씨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사기 공모,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플리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 합의에 따라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1900만달러(약 265억원)와 그 외 다른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앞서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44억7000만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권씨가 유죄를 인정한 사기 공모(5년)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20년)죄의 합산 최대 형량은 총 25년형이다.

    다만 검찰은 유죄인정 합의에 따라 추가 기소 없이 권씨에게 최대 12년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또한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플리바겐 조건을 준수할 경우 권씨가 국제수감자이송(international prisoner transfer)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미국 법무부가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권씨가 한국행을 신청할 경우 형기 절반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후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소송을 벌이다가 결국 미국으로 송환된 바 있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테라폼랩스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트레이딩회사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테라 가격을 부양했다는 의혹을 사 왔다. 결국 테라는 달러화와의 연동이 깨지면서 수많은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바 있다.

    미국 검찰에 따르면 암호화폐 폭락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피해자는 최대 100만명에 달한다.
  • ▲ 스테이블 코인 테라. 이미지=연합뉴스. ⓒ연합뉴스
    ▲ 스테이블 코인 테라. 이미지=연합뉴스. ⓒ연합뉴스
    앞서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말 몬테네그로로부터 권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내년 2월 이후 예정된 본재판에서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권씨는 1월 초 판사가 유죄 여부를 묻는 기소인부심리에 출석해 자신이 받는 범죄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심리에서 담당판사인 폴 엥겔마이어 연방판사는 유죄인정합의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는지, 유죄인정 결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지 등을 권씨에게 물었고, 이에 권씨는 대부분 질의에서 망설이지 않고 유죄인정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권씨는 이날 미리 준비한 법정 진술에서 "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의로 사기를 저지르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내 회사인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구매자들을 속였다"고 말했다.

    이어 "(1달러) 연동 회복과정에서 트레이딩회사의 역할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왜 연동이 회복됐는지에 대해 거짓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했다"며 "내 행위에 사죄하고 싶다. 난 내 행위에 완전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권씨의 선고공판은 12월11일 열릴 예정이다. 최종 형량은 판사가 결정하며 판사 재량에 따라 최종 형량이 검찰 구형량인 12년형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재판부는 권씨가 미국 시민이 아닌 만큼 유죄 판결 후 추방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입국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씨가 발행한 테라USD는 달러나 미국 국채로 담보되지 않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2022년 5월 달러 연동이 무너진 뒤 루나는 며칠 만에 99% 이상 폭락했다.

    뿐만 아니라 이 사태는 '2022년 암호화폐 한파'를 촉발했고, 이후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의 붕괴로 이어졌다. FTX 창업자 샘 뱅크맨-프라이드는 지난해 사기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