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김판곤 감독과 이별하고 신태용 감독 선임신태용 감독, 러시아 월드컵서 독일 잡은 카잔의 기적2010년 성남 이끌고 ACL 우승한 것도 기적
  • ▲ 신태용 감독이 13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추락한 울산의 부활을 위해 지휘봉을 잡았다.ⓒ연합뉴스 제공
    ▲ 신태용 감독이 13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추락한 울산의 부활을 위해 지휘봉을 잡았다.ⓒ연합뉴스 제공
    추락하고 있는 울산HD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의 위용을 뽐냈던 울산. 하지만 올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최강의 위용은 빠르게 사라졌다. 팀 리빌딩이라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추락의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울산은 시즌 내내 리그 중위권에서 맴돌았다. 게다가 K리그 대표로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해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코리아컵에서도 광주FC에 패하며 8강에서 대회를 마쳤다. 

    울산 팬들은 분노했다. 그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그 대상은 김판곤 감독이었다. 지난 시즌 중반 국가대표팀으로 떠난 홍명보 감독을 대신해 울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 울산 추락의 최선봉에 섰다.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울산 팬들의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 

    울산 팬들은 김 감독 경질을 요구했고,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결국 김 감독은 울산을 떠났다. 공식 경기 11경기 연속 무승(3무 8패)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고 떠났다.  

    승리를 잊은 울산. 현재 승점 31점으로 7위다. 중위권이라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강등권인 10위 수원FC(승점 28점)와 3점 차밖에 나지 않는다. 11위 FC안양(승점 27점)과도 4점 차에 불과하다. 즉 울산이, K리그1 '명가' 중 하나인 울산이 강등권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엄청난 위기다.  

    지금 울산은 변화가 필요하고, 기적이 필요하다. 이에 울산은 승부수를 띄웠다. 신태용 감독을 전격 선임했다. 

    신 감독은 현시대 한국 지도자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다. 전술가로서, 또 리더십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성남 일화(현 성남FC) 시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했고, FA컵(현 코리아컵)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U-20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을 거친 후 2018 러시아 월드컵 감독으로 올라섰다. 한국 대표팀에서 물러난 후 인도네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뭐니 뭐니 해도 신 감독의 커리어 역대 최고 성과는 '카잔의 기적'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당시 FIFA 랭킹 57위 한국은 FIFA 랭킹 1위이자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인, 그야말로 이견이 없는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했다. 독일은 16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 그들은 최선을 다해, 전력을 다해 한국을 무너뜨리려 했다. 

    이 경기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이 2-0으로 승리한 것이다.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이 터졌다. 이로 인해 챔피언 독일은 조 꼴찌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등극한 명경기였다. 

    '카잔의 기적'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잊은 대회가 있다. 사실 2010년 성남을 이끌고 ACL 우승을 한 것도 '기적'이었다. 당시 성남은 '레알 성남'의 꼬리표를 떼고, 모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지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성남의 스쿼드는 객관적으로 ACL 정상에 설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신 감독은 끈끈한 하나의 팀으로 만들었고, 역대 최약체 팀으로 ACL 정상에 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또 성남을 우승으로 이끈 신 감독은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ACL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기적은 또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신 감독은 아시아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2024 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을 잡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에게는 큰 아픔, 인도네시아에게는 큰 기적이었다. 

    이런 '기적의 연속'은 신 감독 가치를 높였다. 기대감도 높였다. 지금 기적이 가장 필요한 울산이 신 감독의 손을 잡은 이유다. 

    현재 리그 1위는 '현대가 라이벌' 전북 현대. 그들은 '20경기' 연속 무패 행진(15승 5무)을 질주하며 승점 54점을 쌓았다. 울산과 격차는 무려 23점이다. 역전 우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 감독은 '명가 재건'을 약속했다. 추락한 울산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순위를 끌어 올려야 하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카잔의 기적'을 함께했던 핵심 멤버가 울산이 있다. 그것도 2명이나. 

  • ▲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수비수 김영권은 결승골을 터드렸다.ⓒ연합뉴스 제공
    ▲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수비수 김영권은 결승골을 터드렸다.ⓒ연합뉴스 제공
    독일전 결승골 주인공인 센터백 김영권이 있다. 그는 욕받이 수비수에서 한국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러시아 월드컵 최고 스타로 거듭난 골키퍼 조현우는 신 감독의 선택과 작품이었다. 이 두 핵심 선수의 존재감, 그리고 신 감독과의 궁합이 기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이청용, 정우영 등 신 감독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베테랑도 있다. 이진현, 정승현, 강상우 등도 신 감독의 옛 제자들이다. 

    신 감독은 "K리그와 울산이 더 명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울산은 정말 좋은 팀이다. 분명히 반등할 거다. 나 신태용을 믿고 응원해 줬으면 한다. 울산과 울산 팬이 얼마나 호랑이처럼 용맹스러운 팀인지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영권은 신 감독과 재회하자 '카잔의 기적'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1, 2차전 이후 힘든 상황에서 3차전을 준비하면서 감독님과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잘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굉장히 좋은 경험,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감독님의 다이내믹한 축구 스타일이 울산과 잘 어울릴 거라고 본다. 남은 경기가 기대된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보여주겠다. 울산은 분명 반등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그런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새 코치진과 함께 ACL 진출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신 감독은 오는 9일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장에서 열리는 K리그1 25라운드 제주SK와 경기에서 울산 데뷔전을 치른다. 신 감독의 기적은 이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