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도서관 만석 … "10시 전에 와야 자리 잡아"박물관 입구 차량·인파 몰려 통제까지 … 아이 동반 가족 중심온열질환 환자 연일 100명 넘어 … 폭염 장기화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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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도 안팎의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김상진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에 갇히면서 시민들이 대거 실내로 몰리고 있다. 도서관, 박물관 등 공공시설은 이른 아침부터 '더위 피난처'를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평일에도 자리를 잡기 위해 긴 대기 줄을 서야 하는 '포화 상태'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3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은 문을 연 지 1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열람석 대부분이 이미 찬 상태였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 노트북을 펼쳐둔 대학생, 책을 읽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데 모여 있었다.이날 마포중앙도서관에서 만난 60대 김모씨는 "도서관은 돈이 들지 않고 자료가 많아 좋지만 사람이 많다. 9시에 문을 여는데 10시만 돼도 자리가 꽉 찬다"며 "늦게 오면 나가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1층 커피 마시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아이와 함께 찾은 50대 최모씨는 "밖이 너무 더워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며 "책을 읽고 컴퓨터도 쓸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어 여름철에 특히 유용하다"고 말했다. -
- ▲ 35도 안팎의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30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을 찾았다. ⓒ김상진 기자
오전 11시 30분께 여의도 국회도서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도서관은 방학을 맞아 공부하러 온 학생들과 부모들로 북적였다.수험서를 들고 국회도서관을 찾은 10대 방모군은 "카페나 스터디카페는 돈을 내야 하지만 도서관은 쾌적하고 무료로 오래 있을 수 있다"며 "책도 다양하게 볼 수 있어 공부하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 20~30분만 걸어도 온몸에 땀이 나서 여름엔 웬만하면 실내에만 머문다"고 덧붙였다.일반 도서관과 달리 국회도서관은 예약제가 있어 상대적으로 자리 잡기가 수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방군은 "일반 도서관은 9시 문을 열면 10시쯤에는 이미 자리가 다 찬다"며 "콘센트 있는 자리는 특히 빨리 없어진다. 국회도서관은 예약해두면 늦게 와도 자리 걱정이 덜하다"고 말했다. -
- ▲ 휴가철 35도 안팎의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주차장 진입을 위해 차량 속에서 대기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박물관 입구까지 줄 … 차량·입장 대기 '평일에도 혼잡'오후 12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입구는 평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량으로 붐볐다. 주차장 진입로 양방향에는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고 경찰과 박물관 직원들이 현장을 통제했다. 대기하는 차로에는 '박물관 주차장 1~2시간 소요'라는 안내판까지 세워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평소 평일에는 대기가 거의 없지만 휴가철 들어 방문객이 급격히 늘었다"며 "대부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에 차들을 가지고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차가 밀려서 민원이 대량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 때 경찰들이 나와서 통제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박물관 내부 역시 인산인해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대부분이었고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무료 관람이 가능한 상설전시관 대기자들은 빠르게 입장했지만 뒤이어 채워지는 대기자들로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입구에만 3~4명의 직원이 배치됐다.70대 이모씨는 손주와 함께 박물관을 찾았다. 그는 "야외는 너무 더워서 애들을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며 "교육도 되고 놀기도 좋은 곳이라 왔는데 줄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할 때 200명 넘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며 "생각보다 훨씬 붐볐다"고 했다.휴가 마지막 날을 맞아 방문했다는 40대 정모씨도 "아이가 박물관 굿즈를 보고 싶다고 해서 왔다"며 "주차장이 너무 혼잡해 결국 다른 곳에 차를 대고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굿즈가 품절될까 봐 잠깐만 보고 나오려 했는데 입장 대기 줄이 끝이 없더라"고 했다. -
-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김상진 기자
◆폭염 대피소 부족, 장기화 땐 피해 확대 우려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실외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박물관과 도서관 같은 공공 실내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섰다. 주차 대기부터 입장까지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일이 흔해졌지만 대체할 만한 시원한 공공 피난처는 여전히 부족하다.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9일 하루 동안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2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인천 서구에서는 사망자 1명이 발생하기도 했다.올해 5월 15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2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2768명, 사망자는 13명에 달한다.온열질환자는 지난 22일(147명)을 시작으로 23일(115명), 24일(128명), 25일(112명), 26일(131명), 27일(102명), 28일(164명)까지 8일째 연일 100명을 넘어섰다.지난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5월 20일 이후와 수치를 비교하면 작년 동기 온열질환자 1059명 대비 약 2.6배(2752명)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 4명 보다 약 3배(13명) 늘었다.경찰 관계자는 "박물관과 도서관에 몰리는 이유는 실제로 시민들이 쉴 곳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며 "여름철 한시적으로라도 대체 실내공간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폭염은 이번 주말까지도 32~38도의 기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도심의 '더위 피난처 대기 행렬'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김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