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셋업했다" 주장 … 경제적 지원에도 피해의식 심화며느리·손주까지 노려 … 사제총기·폭발물 치밀하게 준비경찰 "고립감·자존감 상실이 피해의식으로 이어져 범행으로"
  • ▲ 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가 30일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인천 송도동 모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B(33)씨를 살해하고 서울 자택에 인화성 물질과 발화 타이머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 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가 30일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인천 송도동 모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B(33)씨를 살해하고 서울 자택에 인화성 물질과 발화 타이머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하고 며느리와 손주까지 해치려 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피의자가 오랜 기간 가족에게 배척당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30일 살인,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 혐의를 받는 A(62)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께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아들을 왜 살해했느냐", "생일날에 범행을 계획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손에 손목 가리개로 수갑을 가렸고 모자와 마스크를 써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33층 자택에서 아들 B(33)씨에게 사제 총기로 산탄 2발을 발사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집에는 며느리와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외국인 가정교사) 등 4명이 있었으며 A씨는 이들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지난 29일 언론 백브리핑에서 A씨가 오랜 기간 가족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지냈음에도 이들이 자신을 고립시키고 따돌린다고 믿으면서 피해의식이 깊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은 (피의자를)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잘해줬으나 피의자는 모든 책임을 가족들에게 전가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가족이 짜고 나를 셋업 한 거지(몰아넣은 거지)"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도 범행 동기는 아닌 것으로 봤다. A씨는 3~4년 전부터 무직 상태였으며 그가 거주해 온 70평대 아파트는 유명 피부관리업체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인 전처의 소유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전 아내는 25년 전에 이혼했으나 명절이나 생일날에 빼놓지 않고 찾아가고 도리를 다했다"면서 "개인 계좌로 큰 금액을 입금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견상 특별한 불화나 갈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고 생활비, 대학원 등록금, 통신비, 국민연금, 생일축하금, 아파트 공과금, 수리비 등이 계속 지원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1998년 다른 범죄로 구속 수감됐을 당시 전 아내와 협의 이혼을 했으나 동거하다가 아들 결혼 이후 따로 살았다"면서 "피의자는 스스로 점차 외톨이라는 고립감에 사로잡혔고 가장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한 채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결국 망상에 빠져 지난해 8월부터 이번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들을 살해한 범행 직후 현장을 빠져나와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다가 약 3시간 만에 서울 서초구에서 체포됐다. 차량에서는 사제 총기 외에도 총열로 추정되는 쇠파이프 11점과 산탄 86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A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과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 점화 장치가 발견됐다. 이들 물품은 범행 다음 날인 21일 정오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가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사제총기와 폭발물 제조법을 익히고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인화성 물질 분석을 의뢰했으며 폭발물사용죄 적용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