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논의했다" … 與, 결국 상법 개정안 또 개정野 "보완 조치 없으면 문제 발생 … 일방 처리 유감"
  • ▲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추가한 상법 개정안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 개정안은 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하고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인 이사의 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은 지난 3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주당은 이에 집중 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국민의힘은 집중투표제가 '1주 1표' 원리에 어긋난다며 국회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가 5주를 보유한 회사에서 이사 2명을 뽑을 경우 이 주주는 총 10표를 이사 후보 1명에게 모두 줄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대상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안심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 총 7번의 소위원회를 열었고 두 번의 공청회를 했다"며 "충분히 오랜 시간 논의했고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오늘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윤석열 정권하에서 정부가 나서 주가를 조작했던 혐의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혐의로 장관까지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것이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불투명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국내 증시 저평가)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는 김성원·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상정됐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개정안에는 경영권 위협 발생 시 기존 주주에게 싼값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계류된 법안 2개는) 추후 심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나라마다 기업이 처한 현실과 주식 시장 투명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지 다른 나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를 도입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미 '3% 룰' 등이 적용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마당에 개정안이 더 강화될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개정된 상법 개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고 추가 개정을 논의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이 일방 통과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장 의원은 "강화된 '3%룰'이 (국회 본회의를) 이미 통과된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 외국 자본에 우리 기업의 경영권이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난번 공청회에서도 보완 조치가 없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통 진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관세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제계 우려가 심각하고 거의 공포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려고 한다. 외부에서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안에서 계속 자폭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등에서 상법이 여과없이 통과됐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기업이 외국으로 탈출하는 현상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상법 추가개정안 통과에 대해 국민의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들은 강력하게 유감을 표시한다"고 분개했다. 

    한편 민주당은 내달 1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