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총기 60대 … 경찰 '일가족 살인 미수' 혐의 검토

경찰이 인천 송도에서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 A씨(62)에 대해 살인 예비 또는 살인 미수 혐의 추가 적용을 검토 중이다. 피해자 유족이 A씨가 현장에 있던 가족 전원을 살해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23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유족 측으로부터 A씨의 추가 범행 시도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받다. 이에 따라 A씨에게 살인 예비 또는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유족은 A씨가 단지 아들만 살해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함께 있던 며느리, 손주 2명, 지인까지 해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피의자는 피해자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했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족은 입장문에서 "A씨는 생일파티 도중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고 이후 총기가 든 가방을 들고 와 아들에게 두 발을 발사했다"며 "이후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주장과 현장 정황 등을 종합해 추가 혐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살인 예비 또는 미수 혐의를 검토하겠다"며 "현재로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폭발물 관리법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 4개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아들 B씨(33)를 향해 사제총기를 세 차례 발사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알 두 발은 B씨의 가슴에 명중했고 한 발은 출입문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아들은 아버지 생일을 맞아 가족과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던 중이었다.

범행 직후 A씨는 차량을 이용해 서울로 도주했으며 약 3시간 뒤 서울 방배동 남태령지구대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차량 내부에서는 사제총기 10정과 실탄 3발이 발견됐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된 상태다.

또한 경찰은 A씨가 살해 사건 다음 날인 21일 정오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 방화 목적의 타이머 장치와 인화물질을 설치해 불을 지르려 한 정황도 파악했다. 집 안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타이머 장치가 발견됐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22일 인천지법에서 발부됐다. 유아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A씨는 법정 출석을 거부해 심사는 서류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