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이 걱정된다" 주민센터 찾는 고령층…앱은 불안접수 첫 주 '요일제'에 허탕도…"소식 들었지만 날짜는 잘 몰라"쿠폰 사용처도 오리무중…"민생지원 소비쿠폰인데 마트는 안 돼?"
  • ▲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위해 사람들이 22일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를 찾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상진 기자
    ▲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위해 사람들이 22일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를 찾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상진 기자
    정부가 지급하는 민생지원 소비쿠폰 접수가 이틀째를 맞은 22일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 곳곳에는 아침부터 시민들이 몰리며 현장에 혼잡이 이어졌다.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대거 몰리는 가운데 주민센터 직원들은 한명 한명 옆에 앉아 신청서를 함께 작성해주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금(9시30분)까지만해도 67번째 신청자가 접수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어르신들이라 모바일 신청이 어려워 직접 방문하시는데 어제는 오전에만 80명 넘게 다녀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9시부터인데 8시30분부터 와서 앉아계신다"고도 했다.

    이날 주민센터를 찾은 60대 여성 정모씨는 "15만 원 받고, 며칠 뒤 10만 원 더 준다던데 힘들어도 수백 번 갈 것"이라며 "어떤 사람은 '세금으로 다시 걷을 거니 안 받겠다'고도 하더라. 하지만 안 받으면 다 나랏돈은 눈먼 돈, 어디론가 새고 없어진다"고 말했다.

    모바일 신청도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앱은 무섭다", "피싱 걱정된다"는 말도 나왔다. 신청자 다수는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였고 자녀나 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신청하기 위해 일찍부터 주민센터를 찾았다.

    70대 여성 박모씨는 "휴대폰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혹시 잘못 누르면 피싱 당할까 무서워서 못 하겠다"며 "아들 며느리 집에서 손주를 봐주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 22일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 민생지원 소비쿠폰 요일제 접수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김상진 기자
    ▲ 22일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 민생지원 소비쿠폰 요일제 접수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김상진 기자
    ◆요일제 모르면 허탕…"애가 가보라 해서 왔는데"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제가 적용되는 제도 때문에 허탕을 치는 경우도 발생했다. 80대 남성 이모씨는 접수 대상이 아닌 날임에도 주민센터를 찾아왔다가 "목요일에 다시 오셔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돌아갔다. 39년생인 그는 "애들이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날짜는 잘 몰랐다"며 "신문과 방송에서도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소비쿠폰 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했는데 신청 첫 주에는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요일제'를 적용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신청 가능한 요일이 정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71년생이나 1986년생처럼 출생연도 끝자리가 1이나 6인 사람은 21일 월요일에 신청할 수 있다. 22일 화요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2나 7인 사람이 신청 가능하다. 23일 수요일에는 3이나 8, 24일 목요일에는 4나 9, 25일 금요일에는 5나 0인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주말에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지역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어서 거주하는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신청 요일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 ▲ 22일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 민생지원 소비쿠폰 신청서 작성을 위한 안내문이 개제돼 있다. ⓒ김상진 기자
    ▲ 22일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 민생지원 소비쿠폰 신청서 작성을 위한 안내문이 개제돼 있다. ⓒ김상진 기자
    ◆해외 체류자·누락자, 이의신청 위해 주민센터 방문해야

    10대 아들과 함께 주민센터를 찾은 50대 남성 류모씨는 이의신청을 접수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이 해외 체류 중이었는데 6월 18일 기준 국내에 체류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에 맞지 않아 신청이 안 됐다"며 "관련 서류를 준비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류씨는 소비쿠폰에 대해 "주변에선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며 "망원시장에서 먹는 데 쓸 생각"이라고 했다.

    소비쿠폰은 지난 6월 18일을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만 6월 18일에 해외에 있더라도 9월 12일 신청 마감일까지 귀국하면 신청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경우에는 주민센터에 가서 '이의신청'을 하고 출입국 기록을 확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비쿠폰이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몰라 헷갈린다는 말도 나왔다. 80대 여성 박모씨는 "나처럼 손주를 보는 다른 할머니랑 약속했는데 내일 짜장면집에서 탕수육 먹기로 했다"며 "아파트 앞 중국집이라 괜찮다. 대형마트는 안 된다더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60대 여성 김모씨는 "TV 보고 알았다. 집이 가까워 아침 일찍 나왔다"며 "혼자 사니 쌀과 생수 같은 필수품을 사는 데 쓸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시장에서 쓸 수 있는 건 좋은데 대형마트는 못 쓴다더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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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진 기자
    ◆ 어디서 쓸 수 있나…브랜드 따라, 지점 따라 달라

    소비쿠폰 사용처를 둘러싼 혼란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보고 매장에 들어섰지만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소비쿠폰은 사용 가능 매장이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가맹점'으로 한정되면서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직영점'과 '가맹점' 여부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갈린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전 매장이 직영 운영이라 소비쿠폰을 쓸 수 없다. 반면 메가커피는 대부분이 가맹점이라 사용 가능하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역시 롯데리아·맘스터치는 가맹점 비중이 높아 쿠폰 사용이 가능하지만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직영점이 많아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은 대다수가 가맹 형태라 사용에 큰 제약이 없다.

    다이소·올리브영 등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만큼 혼란이 더 크다. 다이소는 전체 매장의 30%만 가맹점이며 올리브영도 16%만 가맹 형태다. 이들 매장에서는 입구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이라는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고 각 브랜드 홈페이지와 네이버 지도 등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사용자가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여전하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쿠폰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사용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사전 확인이 필수지만 이를 위한 안내는 부족한 상황이다. 쿠폰 자체는 나랏돈으로 지급되지만 정작 이를 어디서 쓸 수 있는지 몰라 헛걸음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