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정정책 및 연준 공격 여파"숨 막히는 재정정책 남용, 거의 확실시""내년 美 국내 10년 금리 5% 돌파할 것"
  • ▲ 달러. ⓒ뉴데일리
    ▲ 달러. ⓒ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정책들로 인해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설문 조사에서 경제학자의 90% 이상이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T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산하 켄트A클라크 글로벌마켓센터와 이달 경제학자 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0년 내 달러 표시 자산의 안전자산 역할 약화에 대해 우려한다는 응답이 90%를 넘었다.

    '다소 우려한다'는 비율이 약 60%였으며 '매우 우려한다'는 응답도 30%에 달했다. '우려하지 않는다'는 견해는 10% 미만이었다.

    감세안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FT 설명이다.

    특히 상원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트럼프 감세안'이 정부의 재정적자와 연방 부채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 연방정부 부채가 약 3조30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법안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주가와 국채 가격, 달러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달러 약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7.2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사로즈 바타라이 텍사스대 교수는 "스위스 프랑과 금이 안전자산처럼 보인다"며 "미국은 신흥시장 같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위험 프리미엄(웃돈)을 올리고 장기채 금리 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존스홉킨스대 금융경제센터의 로버트 바베라 소장은 "숨 막히는 재정정책 남용이 거의 확실시된다"면서 이에 따라 달러 자산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거나 후임자를 미리 지명하는 식으로 사실상 연준을 '접수'할 경우 "달러 자산에 대한 나의 우려는 '다소'에서 '매우'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아나 체스라크 듀크대 교수는 "재정적자, 달러 가치 약화를 위한 정부의 의도적 조치, 후임 연준 의장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연준 독립성 문제 등이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파월 연준 의장을 거세게 비판하는 중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종료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올여름 차기 의장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250204 AP/뉴시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250204 AP/뉴시스. ⓒ뉴시스
    경제학자들은 이런 우려 속에 미국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달 21일 4.6%까지 올랐다가 최근 4.28% 정도로 내려간 상태다. 설문 조사에서는 다수 응답자가 조만간 5%로 오를 가능성을 거론했다.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은 내년 중순까지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5%에 이를 것으로 봤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카를로스3세대학(UC3M) 에비 파파 교수는 "미국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상호관세 발표 이후 유럽 국채와 비교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응답자들은 미국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해서도 과거 조사 대비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중간값)는 지난해 12월 2.3%, 올해 3월 1.6%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1.5%로 내려왔다.

    반면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제외)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2.5%, 올해 3월 2.8%이었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3%로 상승했다.

    FT는 "미국 국채 수익률은 대개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4월 초에는 오히려 상승했다"면서 "많은 경제학자는 조만간 미국 10년 금리가 5%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 수치는 트럼프 행정부에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준"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