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등 브릭스 "평화적 핵시설 공격에 심각 우려"프랑스-노르웨이 등 서방 동맹국들도 비판 대열 합류마크롱 "핵시설 무역화는 정당하지만, 실행할 법적 틀 없어"美 유엔 대사대리 "유엔헌장, 집단적 자위권 부합한 조처" 반박
  •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이스라엘-이란 위기 관련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50622 AP/뉴시스. ⓒ뉴시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이스라엘-이란 위기 관련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50622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일방적 무력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미국과 각을 세워 온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일부 서방 동맹국들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24일(현지시각)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란 목표를 지지하지만, 이번 공습에는 합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자체에는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합법적 틀'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습에 대해 "합법성이 없다"고 못 받으면서 이란의 핵 야망을 억제할 유일한 방법은 외교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데 국제법적 절차와 규칙 기반 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한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역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고, 순수한 자위권 행사도 아니기 때문에 국제법 영역 밖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리에 함께한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도 "이란 정권은 사악하다"면서도 "규칙 기반 세계에서 다른 나라를 그냥 폭격하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엔헌장 제2조는 '자국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 경제 11개국 연합체 브릭스(BRICS)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규탄했다.

    러시아 타스·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브릭스는 의장국 브라질이 공개한 회원국 공동성명을 통해 "우린 2025년 6월13일 이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우려를 들어 핵시설을 공습한 것에 대해서는 "국제법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안을 위반한,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모든 공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한 행위로, 이로 인해 중동의 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우린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평화를 회복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2006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설립한 브릭스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후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가 추가 가입하면서 11개국 연합체가 됐다.
  • ▲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241024 AP/뉴시스. ⓒ뉴시스
    ▲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241024 AP/뉴시스. ⓒ뉴시스
    그러나 미국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유엔헌장과 안보리 결의, IAEA 규정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프랑스 등의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이번 공격은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헌장에 부합해 이란이 이스라엘 및 중동 지역, 나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가하는 위협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헌장 51조의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셰이 대사 대행은 앞선 22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지속했지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고,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의 고유한 권리 아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당 조항과 관련해서는 공격을 받은 뒤에야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해석과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실제 공격 이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서왔다. 셰이 대사 대행은 이 가운데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이란의 핵 위협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이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긴 했으나, 협상 카드였을 뿐 핵무기 개발 자체는 2003년 이후 손을 놓은 상태였다는 것이 미국 정보당국의 일관된 분석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이란의 핵 위협이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해야 할 정도로 임박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3월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권 1기 당시에도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을 불신하는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완성이 머지않았다'고 주장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17일 개버드 국장의 3월 발언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녀가 말한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고, 20일에는 "내 정보팀이 틀렸다. 그녀가 틀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버드 국장은 미 공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21일 밤(이란 시각 22일 새벽) 백악관 상황실을 찍은 사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개버드 국장이 트럼프의 신임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