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조직 원리 숙지해야" 일침이석연 "반대 토론 없는 정책 결정 위험"청와대 행정관 '경고성 메일' 논란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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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청와대 행정관의 이른바 '갑질성 이메일' 논란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회의 자리에서도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이어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반대 토론과 의견 개진 없는 정책 결정은 위험하다"고 직격하며 정부 내부의 '집단사고'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뉴데일리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자문회의·위원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비판과 조언은 자유롭게 하되 하나의 조직 원리가 작동한다는 점을 숙지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문기구도 국가 기구의 일부"라며 조직 내 질서와 협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발언이 하루 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실 행정관의 이메일을 공개하며 "갑질"이라고 반발했던 이 위원장을 의식한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일 공개된 이 위원장의 입장문이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직접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청와대 요청 국정과제 관련 필수 자료의 제출 마감이 금일(17일)까지이나, 위원회 측의 소통 부재로 지연되고 있다"며 "이는 국정 운영 및 대통령 보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고지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청와대 행정관이 부총리급 위원장에게 사실상의 경고성 메일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40년이 넘는 공직 생활 동안 이런 무례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자신이 이미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추가 요구가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압박했다"며 "부당한 권력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다시 한 번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TV조선 등에 따르면 그는 이 대통령 면전에서 "국민 통합에는 성역이 없다"고 운을 뗀 뒤 "진정한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때로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쪽 통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 생활은 물론 국민 통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며 보다 신중한 국정 운영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집단사고'를 경계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이 위원장은 "의사 결정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룹 싱크(Group Think), 즉 집단적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같은 문제에 동의하고 반대 토론과 의견 개진 없이 내려지는 정책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이미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이 바라보는 상황과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국민은 매우 현명하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할 시기"라며 "지방선거가 끝나는 즉시 그런 행보를 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날 불거진 청와대 행정관 논란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나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의 "조직 원리" 발언과 관련해서도 "나를 겨냥한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사실관계 확인과 내부적인 조사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대통령 자문회의 3곳과 대통령 소속 위원회 16곳이 한자리에 모인 첫 공식 회의였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대통령 임기 내내 임명장만 받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위원장 간담회나 전체회의를 자주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이제는 흐트러진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단계를 넘어 국민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성과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각 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