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란 핵 완전파괴' 주장…정보당국 판단 달랐다이란,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 옮긴 정황도백악관, "가짜 뉴스" 일축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으며 핵 개발을 수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는 미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가 공개됐다. 이란이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다른 장소로 옮긴 정황도 포착됐다.

    24일(현지시각) CNN은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이러한 내용의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이란 공습 초기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국방정보국은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이다.

    CNN에 따르면 관계자 중 한 명은 이번 공습에 대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길어야 몇 달 정도 늦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이란의 원심분리기가 여전히 대부분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공습으로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 입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부의 지하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았다"면서 "이란이 핵물질 대부분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교적 빠르게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정보당국 보고서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은 공습 이전,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본격 나설 경우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공습 이후 정보당국이 추산한 핵무기 개발 예상 기간은 최대 6개월 미만이다.

    이 매체들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이 공격을 가한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 3곳에서 피해는 지상 구조물에 집중됐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금속화 설비나 전력 인프라 등은 손상을 입은 수준이라고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이 공습 전,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진 정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NYT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공습 전에 다른 장소로 옮겨 실질적 피해는 미미했다"면서 "일부는 비공식 핵시설로 이전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이란이 소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주요 핵 관련 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핵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공습 이후 밝힌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 "이란의 핵시설과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파괴됐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국방정보국 초기 분석의 존재는 인정했으나, CNN 등 외신이 보도한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잘못됐다"며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상·하원 전체 기밀 브리핑을 취소했다. 상원 브리핑은 26일로 일정을 연기했고, 하원 브리핑은 아직 일정을 다시 잡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팻 라이언(뉴욕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하원 기밀 브리핑을 아무 설명 없이 취소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말한 '완전 파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