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가장 깊은 지하터널 '이스파한'에 고농축 우라늄 온전""이번 공습은 불완전…원심분리기 시설 및 제조능력 여전히 보유"일각선 "농축물질 등 옮길 시간 충분" 관측도…이란군도 가능성 시사
  • ▲ 막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미국 공습 이후 이란 핵시설 이스파한이 파손된 모습. AP/뉴시스. ⓒ뉴시스
    ▲ 막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미국 공습 이후 이란 핵시설 이스파한이 파손된 모습. AP/뉴시스. ⓒ뉴시스
    미국이 21일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뒤 "핵위협을 제거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이란의 주요 핵물질이 여전히 보존돼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핵시설이 지하 깊은 곳에 보관된 만큼 기존 무기로는 타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CNN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와 군사·핵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의 약 60%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진 이스파한 지하 핵시설은 사실상 온전하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은 미국이 공습 대상으로 삼은 세 곳 중 하나지만, 초대형 관통 폭탄인 '벙커버스터'는 투하되지 않았고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만 사용됐다.

    전문가들은 이스파한 지하시설이 너무 깊어 벙커버스터로도 완전 파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봤다.

    미드베리 국제학연구소의 무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터널 내 보관 중이던 고농축 우라늄은 건드려지지 않았다"며 "이 공습은 불완전한 공격이었다"고 CNN에 설명했다.

    상업위성 사진을 보면 포르도나 나탄즈 핵시설은 B-2 폭격기의 벙커버스터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반면 이스파한은 지상 구조물 일부만 손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상업용 위성사진업체 에어버스의 촬영 사진을 분석해 "지하까지 일정 부분은 타격 됐지만,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쳤는지 불분명"이라고 전했다.

    미군이 이스파한에 벙커버스터를 사용하지 않는 까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CNN은 공습이 이뤄지기 전부터 일부 미국 관리들은 벙커버스터의 파괴능력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고, 이스파한 핵시설의 지하 터널이 나머지 두 곳보다 훨씬 깊기 때문에 벙커버스터를 굳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익명의 미국 정보당국자는 CNN에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핵시설인) 포르도는 여러 발의 벙커버스터가 정밀하게 한 지점에 명중해야만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깊다"며 "이스파한은 그보다도 더 깊은 곳에 터널이 존재해 사실상 기존 무기로는 타격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루이스 교수는 "이스파한의 터널은 정말 깊다"며 "벙커버스터는 포르도 같은 곳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만약 (이스파한처럼) 더 깊은 곳에 사용하려면 새로운 폭탄을 만들거나 핵무기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미국 행정부의 공식 논평은 내지 않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실은 CNN의 논평 요청에 "추가로 공유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우라늄을 핵무기급으로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제조능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루이스 교수는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도 있고, 원심분리기 제작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는 거대한 지하 원심분리기 시설도 최소한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핵 농축시설을 이스파한에 추가로 건설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핵 개발 저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이란이 이스파한에 새로운 핵시설을 곧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대규모 본토 공습을 주고받은 이후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이란 핵시설 타격 방안이 본격적으로 거론돼 온 만큼 이란이 농축물질 등을 옮길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20일 모센 레자에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군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농축물질이 옮겨져 안전한 장소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