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치권 양분 "최고 동맹과 함께해야" VS. "불법 전쟁 말려들 위험"모리셔스에 반환한 차고스 제도도 도마에"차고스 기지서 이란 공격시 모리셔스에 통지해야"
  • ▲ 차고스 제도 디에고 가르시아 영국군 기지. 출처=AFPⓒ연합뉴스
    ▲ 차고스 제도 디에고 가르시아 영국군 기지. 출처=AFPⓒ연합뉴스
    영국이 미국의 이란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군사 지원 제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개입 여부를 두고 영국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동맹국인 미국을 도와야 하는 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뿐 아니라, 최근 영국으로부터 차고스 섬의 주권을 이양받은 모리셔스도 관여돼 있어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내각은 미국으로부터 이란 공격과 관련해 군사 지원을 요청 받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지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요청하면 인도양 차고스 제도와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 기지 사용을 허용할 지가 논쟁의 중심이다.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위치한 영국 공군 기지는 이란과 가까워 작전을 수행하기 용이하다. 이 기지는 오랜 기간 미군이 주로 사용해 왔으나 영국군 기지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 기지를 이란 공격에 활용하려면 영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이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 기지를 사용하도록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미군 공중 급유기 사용을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치권에서는 격론이 한창이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리처드 허머 영국 검찰총장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합법적인지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영국이 동맹국 방어를 넘어선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동맹국이 공격을 받지 않는 한 영국이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원내 제3당인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 역시 "영국이 중동에서 미국의 불법 전쟁에 말려드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고 강변했다.

    반면, 제1야당 보수당의 프리티 파텔 예비 내각 외무장관은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해야 할 때, 그들이 우리의 군 기지를 통한 작전을 펼칠지 살펴보고 있을 때, 우리가 법률 자문 뒤에 숨어선 안 된다"며 반론을 펼쳤다.

    스타머 정부는 일단 미국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나 갈등보다는 협상을 통하는 게 낫다"며 "우리의 분명한 목표는 긴장 완화"라고 강조했다.

    한편, 군 기지 사용 허가 문제와 관련해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지난달 영국은 모리셔스에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이양하면서, 군 기지가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섬 운영권은 영국이 최소 99년간 가진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이 가르시아 군 기지에서 이란을 공습할 경우, 영국이 이를 모리셔스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기지가 제3국 공격에 직접 사용될 경우 영국이 신속하게 모리셔스에 알려야 한다고 협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모리셔스가 이란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경제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협정 조항이 규정한 통지 시점이 공격 전인지 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