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충돌 이후 선박 수백척, 위치오류 발생국제원유 수송 요충지서 전파교란 추정 유조선 충돌사고"GPS 교란-신호조작, 의존도 높은 만큼 사고 유발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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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190423 그래픽=뉴시스. ⓒ뉴시스
이스라엘이 지난주 이란 공습을 감행한 이후 호르즈무 인근 해역에서 선박 수백척이 육지를 향하거나 원형으로 골고, 항로가 겹치는 등 비정상적 위치정보를 표시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관측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FT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 '프론트 이글(Front Eagle)'은 15일 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던 중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상으로 수십마일씩 갑작스럽게 위치가 이동하는 등 비정상적인 항법신호가 반복적으로 전송됐고, 이튿날 새벽 해당 선박은 또 다른 유조선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프론트 이글은 사고 직후 "이번 충돌이 지역갈등과는 무관한 항법사고"라면서 외부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GPS 교란(jamming)'이 충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GPS 교란은 현대 전장에서 점점 더 자주 사용하는 수단으로, 해상사고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사고 당시 프론트 이글은 마지막 순간 방향을 바꿔 '애덜린(Adalynn)'이라는 원유 운반선과 충돌했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항적이 'GPS 교란'의 명백한 징후라고 지적했다고 FT는 보도했다.캠벨대학 해양사 전문가 살 머코글리아노 교수는 "GPS 또는 자동식별시스템(AIS)이 교란되며 선박의 자동항법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로이터에 따르면 영국해상무역기구(UKMTO) 또한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만에서 합법신호 교란 관련 보고를 여러건 받았다고 밝혔다.UKMTO는 전파교란이 자동화시스템을 활용한 선박의 위치 보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선박들에 역내 항해시 주의하고, 전자교란이 발생하면 보고해달라고 권고했다.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토마스 위딩턴은 "교란신호가 너무 강력해 선박·항공기뿐 아니라 휴대전화까지 영향을 받는다"면서 "전 지구 위성항법 시스템(GNSS)에 의존하는 항해 환경에서 이런 행위는 매우 무책임하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중동 지역 선박안전을 담당하는 다국적 기구인 '합동해사정보센터(JMIC)'는 "극심한 전파교란이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선박들은 레이더 및 시각항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GPS 교란과 스푸핑(신호조작)이 우크라이나, 발트해, 이스라엘, 인도-파키스탄 국경 등지에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교란을 일으킨 배후를 추적하기 쉽지 않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이란이 자국 시설에 대한 드론이나 미사일 정찰을 차단하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분석했다.한편 에너지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란간 무력충돌이 해협 통과 선박의 안전을 위협함에 따라 국제유가 및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3분의 1가량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은 역내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