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합참의장 거명하며 감축 보도 부인'전간기' 언급하며 "모든 군 재정비 시점"한미동맹 강조하면서 '전략적 유연성' 언급"美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핵무장, 韓 정부의 주권"
  •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7일(현지시각) 최근 일부 미국 언론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와 관련,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내게 어떤 것도 얘기한 게 없다"면서 미국 국방부에 이어 보도 내용을 거듭 부인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한미연구소(ICAS) 초청으로 열린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2만8500명 중 4500명 감축을 검토한다'고 최근 보도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언론보도를 통해 표면화된 후 브런슨 사령관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난 4개의 모자(직함)를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에 배치된 미군 최고위 장교 역할"이라며 "그 역할 중 내 임무는 합참의장의 지시에 따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하며 한국에서 미군을 대표하는 최고위 장교 역할까지 총 4개 직함을 갖는다.

    그는 "합참의장은 내게 (보도와 관련해) 전화도 안 했고, 아무 얘기도 한 바 없으며 WSJ의 보도에도 의장이 인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도 WSJ 보도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한국 방위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차기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해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미국에 놓여 있는 현시점을 전쟁과 전쟁 사이, 즉 '전간기(戰間期, the inter war years)'라고 규정하면서 "군이 변화를 추구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1·2차 세계대전과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전, 그레나다, 파나마,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을 거친 뒤 찾아온, 전쟁을 잠시 멈춘 시점에 있고, 이 시기는 군의 현대화를 포함한 재정비의 시기라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어떤 것(기사 등을)을 읽을 때 현재 우리가 전간기에 있단 걸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모든 것이 논의대상이고, 국가와 군대는 전간기에 현실에 맞춰 적절히 대비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시기 우리 군의 주요 과제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라며 "육군 변화 이니셔티브를 보면 군을 변화시키고 있고, 4가지 군종(육·해·공군 및 해병대) 모두 현재 변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무도 WSJ에 그런 내용이 있다곤 말 안 했다"며 "아무도 내게 그것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고 재차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이날 발언을 정리하면 군의 재정비가 이뤄질 시점이기는 하지만, 현재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 ▲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주한미군 헬기와 전술차량들이 계류돼 있다. 250523 ⓒ뉴시스
    ▲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주한미군 헬기와 전술차량들이 계류돼 있다. 250523 ⓒ뉴시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진 가운데 브런슨 사령관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에 맞서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도를 보면 특정 사실들이 명확해진다"며 "한국보다 더 나은 전략적 위치에 있는 나라가 어딘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미군 중 아시아 대륙에 배치된 부대는 (주한미군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400~600㎞에 있는 미군은 우리 부대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짚었다.

    이어 "위성사진으로 한반도 밤을 보면 군사분계선 북쪽 북한은 완전히 어둡기 때문에 한국이 빛나는 섬처럼 보인다"면서 최근 한국을 항공모함에 빗댄 것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에 우리 항공모함을 배치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 보라"며 "내가 전달하려고 하는 건 한반도에서 우리의 주둔능력과 권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런슨 사령관은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얘기할 때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곳에 진출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면서도 "우리 지역이 직면한 글로벌 도전은 엄청나다"고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의 역할을 조명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동해를 보면 러시아의 침범이 발생하고 있고, 서해에서는 중국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침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며 "지도를 보지 않고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면 왜 전략적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여기(한반도)서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줄 좋은 방법은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라면서 "10대 군사강국의 하나(한국)가 여기 있고, 우린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들은 동맹국이며 70년 이상 함께 해 왔다"고 덧붙였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요 권위주의 국가의 강력해지는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려면 한국과의 강력한 동맹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도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린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의 비핵화지만,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든 안 하든, 이는 한국 정부의 주권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솔직히 말해 거기에 대한 의견이 없다"며 "이는 한국 국민이 결정을 내릴 문제로, 그 질문에 가장 적합한 답변자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