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인버터, 유럽 전력망 교란의 뇌관 될 수도"EU 의원 상대로 뇌물 의혹…화웨이 신뢰 논란 확산화웨이 공포 본질은 '중국 정부의 통제력'인버터로 전기 인프라 원격 접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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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출처=EPAⓒ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서 에너지 정책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최근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시스템의 대중(對中) 의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광역 정전의 원인은 여전히 조사 중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자사 영문판인 닛케이 아시아를 인용해 "최근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은 전력 인프라의 사이버 보안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닛케이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화웨이가 제조한 관련 부품이 유럽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에너지 인프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전했다.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EU의 태양광 패널 수입액은 총 197억 유로에 달했으며, 이 중 97%가 중국산이었다.노르웨이 오슬로 소재 리스타드 에너지의 마리우스 바케 부사장은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된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에너지 안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중국산 인버터를 통해 유럽 전력망에 원격 접근이 가능하다면, 사이버 공격 시 심각한 전력망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인버터는 태양광 패널이 생산한 직류 전기를 교류로 변환해 전력망에 공급하는 핵심 장비로, 흔히 '태양광의 두뇌'로 불린다. 원격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해킹 위험이 크다. 중국 태양광 장비 제조업체 징선뉴에너지에 따르면 유럽 태양광 인터버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70%로 추정된다.EU 차원에서도 대응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바케 부사장은 리투아니아처럼 일정 규모(100kW 이상) 이상의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대해 인버터 원격 접속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미 지난해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태양광 업계 로비단체 '솔라파워 유럽' 역시 EU에 인버터 접근 제한과 함께 수입 태양광 설비의 보안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보고서에서 "3GW(기가와트) 규모의 인버터가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유럽 전력망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제 유럽 내 상당수 설비가 이보다 훨씬 큰 규모임을 지적했다.최근 화웨이와 EU 전·현직 의원 간 불거진 뇌물 수수 의혹은 유럽 내 중국산 태양광 장비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네덜란드 매체 팔로우더머니에 따르면, 벨기에 연방경찰은 지난 3월 브뤼셀에 위치한 화웨이 유럽 본부와 관련 로비스트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장비 수출 규제를 막기 위해 고가의 선물이나 현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화웨이는 현재 유럽 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의 약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유럽 전력망의 핵심 인프라가 중국산 장비에 광범위하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업의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유럽이 화웨이를 향한 불신을 넘어서 공포에 가까운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 뒤에 실질적 통제력을 가진 중국 정부와의 연계 가능성 때문이다.화웨이는 표면상 민간 기업이지만, 중국 정보보안법에 따라 정부의 정보 제공 요구에 협조할 의무가 있어 사실상 중국 당국의 통제를 받는 구조다. 이로 인해 유럽 내에서는 화웨이 장비가 에너지 인프라에 활용될 경우, 중국이 비상시에 원격으로 시스템을 제어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다는 '킬 스위치'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나아가 EU 내에서 화웨이가 싱크탱크·협회 등을 통한 정책 로비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는 정황도 확인되며, 기술 의존이 외교·안보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유럽 각국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속에서도, 중국산 장비에 대한 전략적 거리두기와 공급망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