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원수 오른 레오14세, 미국·페루 이중국적 도마美 국무부, 해외 국가원수 시민권은 "적극 검토" 대상페루 정부, 교황 시민권 유지에 문제 없어
  • ▲ 레오14세. 출처=EPAⓒ연합뉴스
    ▲ 레오14세. 출처=EPAⓒ연합뉴스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 레오14세가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각) AP 통신은 '외국 국가 원수가 된 레오14세가 미국 시민으로 남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국무부의 기존 입장을 들어 교황의 미국 시민권 박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24일 이탈리아 로마의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착좌식을 치른 레오14세는 "여러분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나는 로마인입니다"라고 발언했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14세는 이후 2015년 페루 시민권을 획득해 이중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24일 착좌식을 통해 그는 바티칸 시국의 수장이 됐다. 바티칸 시국은 1929년 이탈리아와 조약을 통해 독립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AP는 외국 원수가 미국 시민권을 유지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외국 국가원수, 정부 수반 또는 외무부 장관을 맡는" 미국인의 시민권 상태는 "적극 검토" 대상이다. 이런 사례는 미 관할권으로부터의 면책 수준 등 국제법에 대한 복잡한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고 미 국무부는 명시했다.

    시민권법 전문가 피터 스피로 템플대 법학 교수는 "'모든 미국 시민은 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원칙과 외국 원수의 미국 법률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권이 충돌한다는 것이 핵심적 문제"라고 설명하면서도 "레오14세가 교황이 됨으로써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려는 의도를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교황의 시민권을 둘러싼 법적 이슈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교황청 대변인 역시 개인의 시민권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페루 정부는 교황의 페루 시민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통적으로 미국의 시민권을 가진 인물이 외국 원수가 된 경우 두 지위를 동시에 유지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196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나 2016년 영국 외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발다스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전 대통령 역시 구소련을 탈출해 미국 시민이 됐지만, 소련 붕괴 후 귀향해 1998년 대통령 당선 후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