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선거 불신…투표율 12%로 추락정권 '법망 장악'이 불러온 민주주의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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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결과를 축하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남미 베네수엘라가 또 한 번 '투표했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나라'의 현실을 드러냈다.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인포바에 등 남미 언론은 25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국회의원 및 주지사 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12.51%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야권은 선거를 보이콧했고, 유권자 대다수는 투표소를 외면했다. 선거 전 사법부를 장악해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고, 선거 결과를 사전에 봉쇄한 마두로 정권의 '사법 독재'가 이번 선거 붕괴의 본질적 원인으로 지목된다.AP·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다수 투표소에는 유권자보다 군인 등 당국 인력이 더 많았고, 선거 당국의 '선거 종료 1시간 연장'에도 투표소는 사실상 텅 비어 있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59%를 기록했던 투표율이 1년 만에 5분의 1 토막난 것이다.이미 선거 전부터 민심은 등을 돌리고 있었다. 여론조사기관 델포스에 따르면 유권자 중 단 15.9%만이 투표 의향을 밝혔고, 불참 사유로는 "선관위 신뢰 상실", "투표 무용론", "선거 조작 우려" 등이 꼽혔다.이번 사태의 뿌리는 정권의 '사법 장악'이다. 야권 보이콧의 직접 계기도 선거 직전 벌어진 반정부 인사 체포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선거 이틀 전 수사당국은 야권 지도자 후안 과니파 전 국회부의장 등 수십 명을 '테러 음모' 혐의로 구속했다.그러나 이러한 정치 탄압에 제동을 걸어야 할 사법부는 이미 '정권의 방패'로 전락한 상태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서 국영매체 동원, 빈곤층 매수 등 각종 부정 의혹에도 대법원의 비호 아래 당선됐다. 야권이 제기한 소송은 철저히 외면됐고, 국제사회는 이를 이유로 지금까지도 마두로를 공식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베네수엘라의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은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대법원을 장악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1999~2013)부터 시작됐다. 2004년 차베스는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증원된 12석을 친정부 인사로 채웠다. 이후 여당 주도의 국회는 줄곧 '정권 보호막’ 역할을 해왔다.입법부와 사법부가 모두 정권 손아귀에 들어가면서, 베네수엘라 정치는 '무권(無權) 선거'로 추락했다. 유권자는 표를 내지 않고, 정권은 법의 이름으로 야권을 처벌한다. 선거는 있지만 정권교체는 없다.AP 통신은 "이날 선거 결과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삶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권력의 쥔 수도 카라카스의 중앙정부가 거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실제로 지난해 대선에서는 야권 후보 에드문도 우루티아가 각종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 우세를 점했지만, 당국은 마두로의 '51% 득표' 발표로 결론을 냈다. 이후 선거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붕괴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