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줄이고 투자도 삭감…셰일업계 '버티기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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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텍사스 미드랜드 퍼미언 분지 유전. ⓒ연합뉴스 제공.
미국 셰일업계가 10여 년간 이어진 호황의 종말을 경고하고 있다. 유가 하락과 비용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에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시추 장비를 멈추고 투자도 줄이는 모습이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셰일 붐이 끝났다는 신호가 업계 안팎에서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배럴당 61.53달러로, 올 초 고점 대비 23%나 급락했다. 이는 많은 셰일 기업들이 손익분기점으로 삼는 65달러 선 아래다.이에 따라 주요 업체들은 시추 장비를 줄이고 있다. 유전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내 시추 장비 수는 553개로, 전주 대비 10개, 전년 동기 대비 26개 줄었다.셰일 대기업들도 긴축에 나섰다. 에너지 리서치 회사 에너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런을 제외한 상위 20개 셰일업체는 올해 자본 지출 예산을 약 3%(18억 달러) 삭감했다.셰일 업체 데본 에너지의 클레이 가스파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지금 매우 경계하고 있다"며 "더 어려운 환경에 접어드는 만큼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SM에너지의 허버트 보겔 CEO 역시 "지금 명제는 ‘버텨내자’는 것"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트래비스 스티스 회장은 "미국 원유 생산이 아마 정점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내가 나눈 모든 대화는 이런 유가 수준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도 셰일업계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유정 시추에 필수적인 철강·알루미늄 케이싱의 가격이 1분기에만 10% 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가 비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비키 홀럽 CEO는 "사업자는 거시 환경을 통제할 수 없지만, 대응 전략은 조정 가능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시사했다.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커머더티 인사이트는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이 하루 1330만 배럴로, 올해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 충격이 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이는 10년 만의 첫 감소가 될 수 있다.셰일 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전 사장은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지면 미국 생산량은 하루 최대 30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이 미국 셰일 업계의 세계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사우디가 5년 정도면 점유율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