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공격수 호마리우, 75일 만에 퇴단한국 적응 실패, 경기 출전 요구, 훈련 태도 불량강원과 호마리우는 상호 합의 하에 깔끔하게 이별
  • ▲ 강원의 호마리우가 입단 75일 만에 퇴단했다. 그가 뛴 경기는 1경기 고작 10분에 불과했다.ⓒ강원FC 제공
    ▲ 강원의 호마리우가 입단 75일 만에 퇴단했다. 그가 뛴 경기는 1경기 고작 10분에 불과했다.ⓒ강원FC 제공
    K리그에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K리그 데뷔전이 고별전이 됐다. 출전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경기 후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새로운 팀에 이적한 지 약 2달 만에 이별했다. 수많은 선수들이 이적을 하고 이별을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퇴단은 정말 이례적이다. 

    K리그1 강원FC의 외국인 공격수 호마리우 이야기다. 

    강원은 지난 2월 6일 호마리우 영입을 발표했다. 그는 포르투갈, 기니비사우 이중 국적자로,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 유스 출신이다. 또 포르투갈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된 바 있으며 기니비사우 국가대표로 4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폴란드 리그를 거친 호마리우는 2023년 중국 난퉁 즈윈에서 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한 산전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025년 호마리우는 커리어 최초로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강원에 도움이 되겠다. 구단과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강원 팬들을 마주할 생각에 기쁘다. 강원은 지난 시즌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그만큼 올 시즌 기대치가 높다.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을 즐기면서 내가 가진 모습을 그라운드에 100% 보여주겠다"며 입단 소감을 밝혔다. 

    강원은 기대가 컸다. 지난 시즌 팀을 이끈 공격수 양민혁이 빠진 상황에서 팀의 공격을 이끌어줄 새로운 공격수라는 기대감이었다. 

    강원은 "호마리우는 스피드와 피지컬을 활용하는 측면 탱커 유형이다. 일대일 상황에서 저돌적인 돌파 후 크로스, 슈팅에 장점이 있다"고 확신했다.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다. 

    약 한 달 반이 지난 후 호마리우는 강원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달 30일 열린 김천 상무와 K리그1 6라운드였다. 호마리우는 후반 35분 이상헌을 대신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호마리우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10분을 보냈다. 강원은 김천 이동경에게 선제 결승골을 얻어 맞으며 0-1로 졌다. 

    이 경기가 호마리우의 마지막 경기였다. 강원은 지난 22일 "호마리우와 동행을 마무리한다. 호마리우의 앞날을 응원하겠다"며 퇴단을 공식 발표했다. 호마리우가 강원으로 이적하고 떠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75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실 호마리우의 사례는 시간이 극도로 짧은 것을 제외하고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K리그에서 그동안 수없이 반복된 일이다. 호마리우의 사례는 과거 K리그에 실패한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의 사례와 거의 일치한다. K리그에 부푼 꿈을 안고 진출한 외국인 선수의 실패 사례를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K리그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호마리우가 크게 사고를 친 것은 없다. 강원이 부당한 무언가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별을 먼저 요구한 건 호마리우였다. 강원도 받아들였다. 

    그래서 강원과 호마리우는 상호 합의 하에 깔끔하게 이별했다. 강원은 호마리우의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 호마리우 역시 잔여 연봉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뒤끝 없이 쿨하게 이별한 것이다. 

    호마리우는 K리그에서 실패한 외국인 선수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한국에 적응하지 못했다. 연고지인 강원도에 녹아들지 못했다. 

    K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K리그 축구에 적응하지 못하면 끝이다. 호마리우 역시 실력을 갖춘 선수였으나 한국의 환경,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호마리우는 적응을 하려는 노력보다 한국을, 강원을 떠나고 싶은 열망이 더욱 강했다. 

  • ▲ 강원FC가 지난 22일 호마리우와 이별을 공식 발표했다.ⓒ강원FC 제공
    ▲ 강원FC가 지난 22일 호마리우와 이별을 공식 발표했다.ⓒ강원FC 제공
    두 번째. 외국인 선수의 '이기심'이다. K리그로 오는 외국인 선수 대부분은 자신이 한국 선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맞다. 클럽들도 한국 선수보다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하면서 비싼 돈을 주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팀 정신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강점을 한국 선수들과 함께 노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이기심을 가진 선수 한 명이 팀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호마리우도 이런 성향을 드러냈다. 우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축구를 더 잘하는데 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구단에 출전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가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훈련장에 있었다. 호마리우의 훈련 태도는 '대충'이었다. 이런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는 감독은 없다. 이는 팀을 망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강원은 호마리우의 이별 선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마음이 떠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상 시간을 더 끌 이유가 없었다. 강원은 금전적 손해 없이 호마리우와 이별할 수 있었고, 호마리우는 하루빨리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물론 호마리우 개인의 적응 실패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호마리우의 적응에 큰 힘이 되지 못한, 이렇게 빨리 두손 두발 다 든 강원 코칭 스태프의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호마리우의 사례로 인해 외인이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정답'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실패한다. 극소수만 성공할 수 있다. 호마리우와 반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다.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를 받는 '데안'이 그렇게 했다. 한국의 환경에 녹아들었고, 한국 문화를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 그리고 팀을 먼저 생각했고, 원팀을 위해 헌신하고 투혼을 불살랐다. 여기에 빼어난 실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금상첨화였다. 중요한 건 데안이 레전드로 가는 과정이다. 실력이 먼저가 아니라, 적응이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