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일-베트남-캄보디아-하와이 순방국방장관-국가정보국장, '패싱' 이어 또 제외
  • ▲ 션 오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고위관리(Senior Bureau Official). 미국 국무부 제공. ⓒ연합뉴스
    ▲ 션 오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고위관리(Senior Bureau Official). 미국 국무부 제공.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또 한국을 건너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각) 션 오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고위관리(Senior Bureau Official)가 16일부터 25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캄보디아 시엠립, 일본 도쿄,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 고위당국자들이 아시아 순방시 통상적으로 방문하는 경로였으나,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거듭 외면받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지난달 첫 번째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한국은 제외하고 일본과 필리핀만 방문했다. 한국에도 미군이 주둔 중인 만큼 애초 방문을 검토했으나, 한국 국내 상황을 고려해 제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도 지난달 일본과 태국 등을 방문하면서 한국에는 들르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한국은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을 다소 해소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아직 들어서지는 않았기 때문에 국무부도 실익이 없다고 보고 한국을 방문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관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에도 25% 별도 관세를 부과했고,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방한이 이뤄졌다면 우리 측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상세히 전달할 기회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한꺼번에 다룰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방위비 협상은 국무부가 주도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헤그세스 장관에 이어 이번 국무부 순방에도 포함됐다.

    미·일 동맹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우선순위가 논의될 것이라고 미국 국무부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4%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이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오닐은 현지 고위관리들과 만나 양국의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의 토대가 되는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민 문제와 무역 문제, 안보 문제도 다룬다.

    캄보디아에서는 제37차 미국·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대화에 참석해 양측의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마지막 순방지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는 미군 관계자들과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주둔에 관해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순방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중국의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주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다. 무역갈등을 틈타 해당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이달 초 각각 49%,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으면서 미국 관세 정책의 주요 타깃이 됐다.

    국무부는 관세 문제와 중국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베트남과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욕 출신인 오닐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일인 1월20일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고위관리로 임명된 인물이다. 미들네임이 '고타로'인 것으로 보아 일본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방글라데시·파키스탄·미얀마·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태국 치앙마이 주재 미국 총영사로도 일했다. 태국어·중국어·미얀마어·벵골어·일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의 입법 보좌관과 미 해병대 사령관의 외교정책 고문으로도 일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