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계엄 반대'로 중도층 확장성 높아최상목, 마은혁 미임명 '우파 최후 보루' 부상"尹心, 원희룡에 있다" … 다른 잠룡과 차별 행보
  • ▲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종현 기자
    ▲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종현 기자
    최근 여권의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차기 대선후보'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바라지만 '플랜B'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유력 대권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적하기에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도확장성 부족,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은 '명태균 리스크', 한동훈 전 대표는 우파 지지층 내 짙은 반한(反韓) 정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여권에선 '대안론'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 전‧현직 국무위원을 물밑에서 거론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권은 '새 인물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기존 유력 잠룡인 김 장관과 오‧홍 시장, 한 전 대표 중 누구로든 이 대표와 맞붙었을 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기각 또는 각하를 바라지만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현 후보군으로는 이 대표를 이기기 어렵다고 본다"며 "누구 하나 도드라지는 사람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나온다면 반이(反李) 정서가 크기에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대적할 만한 인물을 여권에서 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도 "새 인물이 나온다면 가장 금상첨화"라면서도 "시간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여권 후보와 이 대표 간 양자 대결에서 모두 이 대표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한 결과 이 대표는 김 장관, 오‧홍 시장, 한 전 대표를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제2 반기문 신드롬' … '탄핵의 강' 건널 적합 인물로 한덕수 총리 거론

    이런 상황에 '제3의 대안'으로 한 총리가 부상했다. 한 총리는 윤 정부에서 추진된 주요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데다 경제‧통상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한 총리라면 2017년 대선 때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게다가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 한 총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 총리는 윤 정부 총리를 맡기 이전 참여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역임한 데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앞장서 반대했다는 점에서 '내란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강점도 있다. 또한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졸속 처리하면서 한 총리가 중도층에게는 '野 입법 독재의 피해자'로 인식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 의원은 "한 총리라면 국정 수행 능력이 이미 입증됐고 임기 중 개헌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민주당 독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 집토끼(우파 지지층)도 확보했고 계엄에도 반대해 중도층 확장 명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층에서도 한 총리에 대한 인기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우파 정당 출신 전 국회의원도 "지지층과 중도층을 하나로 모을 큰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한 총리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다만 한 총리의 경우 김 장관(51년생)보다 2살 많은 75세(49년생)라는 점이 약점이다. 또 한 총리 성정상 직접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재명 '테러' 협박에도 강건 … 최 대행, '마은혁 미임명' 및 9차례 거부권 행사

    최 권한대행도 비상계엄 정국 '우파의 최후 보루'로서 상징성이 크게 대두됐다. 민주당은 한 총리 이후 '대행의 대행'이 된 최 권한대행에게 "정치적 고려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선 안 된다"며 엄포를 놨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한 총리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있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 외에도 내란‧김건희 특검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방송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반인권적국가범죄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내란특검법 수정안, 명태균특검법,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 삼권분리원칙에 어긋나거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목적으로 발의된 법안 등 9건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에선 최 권한대행마저 탄핵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급기야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경찰이든 국민이든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며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해 역풍을 맞았다. 

    역설적인 점은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을 때릴수록 그의 몸집이 커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의원은 "가만히 있는 최 권한대행을 민주당이 키워주고 있다"며 "민주당이 다급하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재계를 중심으로 'MB를 이을 경제 대통령을 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최 권한대행이 급격히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다. 

    다만 강성 지지층의 민심을 얼마나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공개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내 임무를 다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모호하게 답했는데 강성 지지층에선 '탄핵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야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尹心', 원희룡에 향했나 … 지지층 관심도 상승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에게 패배한 후 잠행을 이어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다시금 떠오르는 분위기다. 정치권 일각에서 '윤심'(尹心)이 원 장관을 향했다는 후문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에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 지지층의 관심은 일제히 원 전 장관에게 쏠렸다. 

    원 전 장관은 윤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당시 친윤계의 지원을 받으며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떠올랐다. 

    이번 비상계엄 정국에서 원 전 장관의 차별화된 행보도 재주목받는 분위기다. 원 전 장관은 오‧홍 시장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초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도 다른 후보와 달리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반대와 헌법재판소‧이재명‧민주당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꾸준히 게재했다. 이러한 점이 다른 유력 주자들의 조기 대선 행보를 마땅치 않게 생각한 윤 대통령 지지층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최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 지지자들이 결국에는 원희룡을 선택을 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젊고 외연 확장력이 있고 더 능력이 있고 대통령이 될 준비를 해오지 않았느냐. 김문수 장관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원 후보를 뒷받침하고 뒤에서 밀어주려고 하는 가능성도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의원도 "후보로 거론될 만한 분 중에 사실 가장 똑똑한 사람은 원 전 장관"이라며 "수능 1등을 한 인물로 유명하지 않나. 더구나 입법부(18대 국회)‧행정부(제주도지사‧국토부 장관) 등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실력은 입증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심'이 원 전 장관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도층에선 여전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기에 친윤 후보로는 경쟁력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원 전 장관이 친윤 이미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며 "줄곧 탄핵 반대 의사를 밝힌 게 지지층의 호응은 얻었을지라도 실제 대선 가도에 오른다면 야당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7.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