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33명씩 삭발 투쟁 예고 … 첫날 시간 부족으로 12명만 진행전날 삭발한 20대 여성, 참가자들 삭발 직접 맡아 눈길서교총 위원장 "머리 다시 자라지만 자유 잃으면 돌이킬 수 없어"윤상현·김민전·황교안·민경욱 등 현장 찾아 참가자들 격려황교안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 죄책감과 송구함 느껴"민경욱 "한 명 한 명 결단 모여 큰 변화 … 삭발, 강한 힘 될 것"
  • ▲ 서울기독교총연합회(서교총)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시작했다. ⓒ정상윤 기자
    ▲ 서울기독교총연합회(서교총)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시작했다. ⓒ정상윤 기자
    "머리는 깎아도 다시 자라지만 자유민주주의가 잘려 나가면 결코 돌이킬 수 없다. 삭발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결단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12명의 시민이 '탄핵 반대' 릴레이 삭발식에 참여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 대한민국 수호 위한 123명 기독교인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에 돌입한 가운데 이지언씨가 자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대한민국 수호 위한 123명 기독교인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에 돌입한 가운데 이지언씨가 자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1일 오후 3시부터 시민들의 릴레이 삭발식이 시작됐다. 서울기독교총연합회(서교총)가 주최한 이날 삭발식에는 국민의힘 윤상현·강승규·김민전 의원과 민경욱 전 의원,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삭발식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현장에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삭발한 세 명의 청년 중 한 명인 20대 여성 이지언 씨가 다시 등장해 참가자들의 삭발을 직접 맡아 눈길을 끌었다.

    박원영 서교총 운영위원장은 현장에서 "삭발은 견위치명(見危致命, 나라가 위태로울 때 자기의 몸을 나라에 바침)의 결단"이라며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각오"라고 힘줘 말했다.

    서교총 관계자는 지난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릴레이 삭발에 총 123명이 참여하는 것은 12월 3일의 윤 대통령 계엄령 선포를 상징하는 숫자"라며 "앞으로 4일간 하루 30여 명씩 총 123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삭발식은 국민변호인단 기자회견 참여자 접수가 몰리면서 약 1시간 지연된 오후 3시에 시작됐다. 

    이에 국민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는 "오늘 시간이 지체돼 12명만 삭발했다"고 밝혔다.

    삭발식에는 박원영·주녹자·조규하·김윤숙·표혜란·김은진·박도희 목사와 김석중 선교사를 비롯한 기독교 관계자들과 윤석구 교수, 시민 박재현·최천승 씨, 한 유튜버 등이 참여했다.

    또 수도권뿐만 아니라 강원·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과 기독교인들도 동참해 탄핵 각하를 촉구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조명자(66)씨는 "이 나이가 돼 이런 참담한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머리까지 밀며 나라를 지키려 하는데 헌재가 과연 이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 ▲ 서울기독교총연합회(서교총)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시작했다. ⓒ정상윤 기자
    ▲ 서울기독교총연합회(서교총)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시작했다. ⓒ정상윤 기자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삭발식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윤 의원은 "자유와 법치는 결코 공짜가 아니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연한 의지와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삭발식에 참여한 목회자들을 격려하며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다"며 "당시 전체 국민 2000만 명 중 기독교인은 20만 명에 불과했지만 그중 절반 가까운 인사가 독립운동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삭발을 감행한 분들의 결의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삭발은 개인의 존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제도권 정치가 제대로 싸워 대한민국 체제를 지켰다면 국민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국민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삭발식을 보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더욱 앞장서야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끝으로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오늘 삭발에 참여한 분들의 결연한 의지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법치를 지키겠다"며 "헌재가 국민의 뜻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 삭발식에 참여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삭발식에 참여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황 전 총리는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며 "나라를 지키지 못해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죄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삭발식에 동참한 시민들을 향해 "이곳에 모인 123명의 의사(義士)와 열사(烈士)들께서 몸을 던져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삭발에 참여하셨다"며 "밖에서 보기에는 삭발이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결심하고 감행하는 분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찢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좌파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기에 탄핵이 각하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서울기독교총연합회(서교총)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시작했다. ⓒ정상윤 기자
    ▲ 서울기독교총연합회(서교총)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시작했다. ⓒ정상윤 기자
    강 의원은 "기독교계에서 목사님들께서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선 것을 보며 정치권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송구스럽기 그지없다"며 "그러나 국민들이 이렇게 한목소리로 외쳐주신 덕분에 대한민국의 무너지는 법치 질서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민 전 의원은 "어제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젊은 청년을 봤는데 오늘은 아버지도 자신의 뜻에 동참했다고 한다"며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결단이 모여 큰 감동과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대규모 집회가 열리지만 오늘처럼 직접 현장에 나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강한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파 시민단체인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구국 결사 국민 모임'은 오는 13일 헌재 앞에서 탄핵 각하 촉구를 위한 500명 규모의 집단 삭발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