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상장 '테슬라 3배 ETF', 韓 투자자가 90% 넘게 보유"테슬라 주가 작년말 고점에서 40% 급락, 레버리지ETF는 80% 폭락노골적 정치개입으로 유럽서 '비호감' 된 머스크'오너리스크'에 흔들리는 테슬라…유럽 판매 45%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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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최근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면서 관련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던 한국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 고점 이후 지난 26일까지 41% 급락했다. 그 여파로 런던 증시에 상장된 테슬라 주가 3배 레버리지 ETF는 고점 대비 하락률이 80%를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자료를 보면 이달 21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이 이 레버리지 ETF를 약 3580억원(약 2억4500만 달러)어치나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펀드 전체 자산의 90% 이상을 한국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걸로 추산했다.

    테슬라 주가의 2배를 따라가는 뉴욕 증시 상장 ETF도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70% 폭락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 펀드도 15억 달러어치를 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펀드 전체 자산의 43%에 해당한다.

    미국 빅테크 중심의 주식 레버리지 상품은 미국 대선 이후 이어진 강세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경쟁업체들의 부상으로 미국 기술 대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레버리지 상품들은 더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지난주 해외 상장 레버리지 상품 중 일부 위험성이 높은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해서는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 ▲ 지난 26일 백악관의 각료회의 참석한 일론 머스크.ⓒ연합뉴스 제공.
    ▲ 지난 26일 백악관의 각료회의 참석한 일론 머스크.ⓒ연합뉴스 제공.
    테슬라의 주가 급락은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감과 유럽 판매 급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편향성과 유럽 정치 개입이 테슬라의 운명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격으로 J D 밴스 부통령보다 앞서 공개 발언 기회를 얻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이자 '최고 실세', '사실상 미국의 민간 대통령'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입증해주는 듯한 장면이지만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지출감축을 강행하는 등 비선출 권력인 머스크의 광범위한 권한 행사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등장한 이후 유럽 정치에까지 개입해 온 머스크는 본인의 전기차 사업에도 타격을 받는 등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독일대안당(AfD) 선거 유세에 영상연설을 통해 "독일인들이 과거의 죄책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며 "죄책감을 넘어서서 독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좋다"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내놨다.

    머스크는 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왕립검찰청장이었을 당시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을 공개 지지하는 등 영국 정치에도 개입했다.

    유럽 보수정당에 대한 머스크의 노골적인 지지발언이 이어지자 급기야 유럽 시장에서 1월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45% 급감했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마저 현지시간 25일 기준 전일 대비 8.4% 급락해 회사의 시가총액은 3개월여만에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머스크의 순자산 220억달러도 하루 아침에 날아갔다.

    상상 속 미래를 현실에 구현하던 '혁신의 아이콘'이 왜 자기 무덤을 파는지 투자자들은 볼 멘 소리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