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법 합의 무산에 국민의힘 탓"무책임한 몽니로 국가 미래 발목 잡아"與 황당 … "2주 만에 입장 바꾸고 남 탓"'주 52시간 예외' 갈팡질팡 하다 '유보'시켜업계, 해당 조항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반도체특별법의 뜨거운 감자였던 주 52시간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잼션)을 유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도체법 통과 불발을 '여당 탓'으로 돌렸다.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 대표가 입장을 급선회하며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이를 국민의힘 책임이라고 주장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반도체특별법 국회 산자위 소위 통과가 국민의힘의 반대로 불발됐다"며 "주 52시간 예외 조항 없이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몽니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 경쟁력이 발목 잡히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계엄으로 국가 경제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도 부족한가. 반도체 산업이 망가지더라도 민주당이 하자는 것은 기어코 발목 잡아야겠다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날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반도체특별법은 업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를 담았다. 업계가 원하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여야는 이견을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도 이와 보조를 맞춰왔다. 문재인 정부의 유산인 주 52시간 제도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 정체성 논란도 나왔다. 

    하지만 돌연 이 대표가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을 수용할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지난 3일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 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한 후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에 민주당 내 반발은 거셌다. '주 52시간 제도'의 예외가 노동계에 불만을 가져오고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이 대표도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은 추후 논의하고 합의된 내용부터 통과시키자고 입장을 바꿨다.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를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디베이트 3에서 찬성, 반대 패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를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디베이트 3에서 찬성, 반대 패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은 이 대표가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조항을 두고 갈팡질팡하다 인제와 남 탓을 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도체 업계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토록 읍소한 조항을 2주 만에 모르쇠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사실상 유연성 확보에 동의해 놓고 불과 2주 만에 입장을 또 바꿨다"며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한국 반도체 산업만 민주당 때문에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은 당 안팎에서 각종 잡음을 낳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부터 성장을 강조한 이 대표는 자신의 핵심 브랜드인 '기본사회'와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은 정책 우선 순위가 전혀 수정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이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민주당이 제안한 35조 원 규모의 추경에는 '전 국민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예산이 13조 원 포함됐다. 추경의 3분의 1이 이 대표가 포기할 수 있다고 한 간판 정책 예산에 집중된 것이다.

    반면 투자 관련한 예산은 5조 원가량에 그쳤다. 성장을 강조하며 '흑묘백묘론'까지 들고 나온 이 대표가 정작 자신의 정책은 챙기며 성장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먼저 치고 나간 상속세 논란에서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그는 상속세 최소 공제액을 10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상향하자고 주장하며 중도층 흡수에 나섰다. 

    이마저도 진정성을 의심받으며 비판받고 있다. 이 대표가 내놓은 상속세 개편안에 따르면 그의 아파트 상속세도 사라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당은 중도층과 함께 상속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도 줄이기 위한 상속세 개편을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보다 2배가량 높다. 최고 세율은 일본이 55%로 가장 높지만 한국은 최대 주주 할증 과세(10%)를 적용하면 60%가 돼 OECD에서 사실상 가장 높은 세율이 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혈세로 현금을 뿌리면 경기가 살아나나. 주택 상속 때 발생하는 세금 조금 깎아주면 문제가 해결되나"라며 "이런 단세포적인 논리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