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건설 오너 일가 '고밸류 논란' 에이투지에 거액 투자박인규 창업한 위지윅에도 초기 투자해 '돈 잔치'보호예수도 없이 상장 당일 보유주식 대량 매도위지윅 무상증자로 주가 오르자 남은 주식도 팔아전문가들 "전주(錢主) 역할하고 수익 챙기는 공생 관계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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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nAI
    고평가 투자 유치에 이은 관계사 임직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논란에 휩싸인 컴투스 그룹의 핵심 계열사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대표 조성완·이하 에이투지)'에 골프장 건설사업으로 잘 알려진 국내 한 중견건설사 오너 일가도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건설사 오너 일가는 컴투스 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위지윅스튜디오에도 코스닥 상장 전 투자해 상장 이후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박인규 전 대표가 박관우 전 대표와 함께 창업한 회사로 이른바 '박인규 사단'의 본진으로 알려진 곳이다.

    특히 해당 건설사는 에이투지가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회사 지분을 오너 일가가 설립한 신설 법인으로 넘긴 것으로 드러나 에이투지 상장에 앞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편법 증여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8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W건설 채모 회장과 H개발 채모 대표 등은 지난해 말 기준 에이투지 주식을 각각 659주씩 보유 중이다. 채 회장과 채 대표는 부자 지간으로 W건설과 H개발은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다.

    W건설은 채 회장이 지난 1982년 설립한 중견건설사로 골프장이나 산업단지 등 토목건설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현재는 고령인 채 회장을 대신해 그의 아들인 채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W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488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으며 5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15억 원의 유동자산도 보유 중이다.

    채 회장 일가는 지난 2022년 '이미지나인컴즈'를 비롯해 '팝뮤직', '고즈넉이엔티', '에프포스트(구 프레임픽처스)' 등 4개 회사가 합병해 에이투지가 출범하기 전부터 기존 회사들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투지는 합병 당시 무상증자를 실시해 기존 주주들에게 에이투지 주식을 배당했는데 채씨 일가도 기존에 보유 중이던 주식에 무상증자 배당까지 받은 것으로 보인다.
  •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뉴데일리 DB
    ▲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뉴데일리 DB
    ◆회사 보유 지분 아들 소유 법인으로 넘겨…"상장 전 가치 낮을 때 정리한 것"

    주목할 부분은 W건설과 H개발이 지난해 회사가 보유 중이던 에이투지 주식을 채 대표가 설립한 법인으로 모두 넘겼다는 점이다.

    실제 W건설과 H개발은 에이투지 주식을 각각 3000주와 659주를 보유해오다 지난해 채 대표 소유의 경영컨설팅업체인 'K파트너스'로 넘겼다. K파트너스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에이투지 주식 3659주를 보유 중이다.

    현재 에이투지는 올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에이투지는 지난 2023년 3월 '디에스-신한-제이비우리 뉴미디어 신기술투자조합 1호(이하 뉴미디어 투자조합)'로부터 약 460억 원을 투자 받는 과정에서 '상장 관련 매수청구권' 등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에이투지는 신주 발행일로부터 2년 이내(2025년 3월)에 상장 예비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 관련 움직임이 없을 경우 투자자들에게 투자금과 연 복리 9%의 이자를 돌려주기로 했다.

    당시 에이투지는 2023년 기준 636억4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비용이 695억5500만 원 발생해 59억 원의 영업손실과 9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6000억원대 기업 가치로 신주를 발행했다.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에이투지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장에 앞서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만약 상장에 성공한다면 기존 투자자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투지가 상장하면 채씨 일가도 큰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을 자녀가 소유한 법인으로 넘겼다는 것은 자녀에게 우회적으로 증여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해당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면 상장 이후 주식의 가치가 많이 오를 것을 예상해 주식 가치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넘겨 세금을 줄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 채씨 일가의 컴투스 그룹 관계사 투자 타임라인. ⓒ디자인=황유정
    ▲ 채씨 일가의 컴투스 그룹 관계사 투자 타임라인. ⓒ디자인=황유정
    ◆채씨 일가, 박인규와 '위지윅'에서도 함께 했다

    채씨 일가와 박인규 전 위지윅스튜디오 대표와의 깊은 인연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채씨 일가는 에이투지 투자 전 박인규 전 대표가 창업한 위지윅스튜디오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이후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2016년 4월 설립된 위지윅스튜디오는 설립 2년 만인 2018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채씨 일가는 위지윅스튜디오가 상장하기 전 ▲W건설 법인 19만3680주 ▲채 대표 20만4570주 ▲채 회장의 딸 채모씨 15만2100주 ▲채 회장 10만3770주 ▲채 회장의 부인 김모씨 2만700주 등 회사와 온 가족이 위지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위지윅스튜디오 지분을 보유해오다 상장 당일부터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W건설은 상장 당일인 2018년 12월20일과 이튿날인 21일 각각 4만5000주와 3만주를 매도했고 채 회장도 이틀에 걸쳐 2만주씩 주식을 매도했다.

    김씨는 1만주와 1만700주를 각각 팔아 보유 중이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고 채씨도 2만7000주와 3만3000주를 팔았다. 다만 채 대표는 주식을 팔지 않았는데 이는 상장 후 6개월로 설정된 보호예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과 W건설은 상장 과정에서 주식을 산 신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설정하는 보호예수조차 걸려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채씨 일가를 비롯한 기존 구주 보유 주주들의 대량 매도가 이뤄지면서 공모가 1만1000원에 상장한 위지윅스튜디오는 상장 당일 종가 기준 9350원을 기록하며 상장되자마자 15%가량 급락했다.

    채씨 일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익 실현을 계속 이어나갔다. 위지윅스튜디오는 2019년 12월10일 기존 주식 1주당 2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무상증자 실시 이전에 주식을 보유하고만 있어도 주식이 3배로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위지윅스튜디오의 주가는 급등했다.

    위지윅스튜디오의 주가는 해당 공시 직전인 2019년 12월9일 종가 기준 1만3350원이었지만 무상증자 실시 직전인 2019년 12월30일에는 장중 1만6550원까지 치솟았다.

    무상증자로 보유주식이 3배씩 늘어나고 주가도 치솟자 채씨 일가는 또 다시 남은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2020년 1월2일자로 무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같은 달 7일 채 대표가 19만2301주를, W건설 법인이 10만4017주를, 채 회장이 5만2683주를, 채씨가 7만8000주를 각각 팔아치웠다.

    1월7일 위지윅스튜디오의 장중 최고가는 7180원으로 이를 무상증자 전 가치로 계산하면 2만1540원이 된다. 공모가 기준으로 2배가량 오른 가격이다.

  • ▲ 오브라크리에이티브 CI. ⓒ오브라크리에이티브
    ▲ 오브라크리에이티브 CI. ⓒ오브라크리에이티브
    ◆'채씨 일가-박인규 사단' 오브라크리에이티브에도 투자

    채씨 일가와 박인규 전 대표의 인연은 또 다른 컴투스 그룹 관계사에서도 발견된다. 위지윅스튜디오 핵심 임원 출신인 차모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오브라크리에이티브에도 함께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지난 2017년 8월 설립한 오브라크리에이티브는 영화와 방송프로그램 배급업을 영위 중이다.

    채 대표는 지난 2021년 2월16일 오브라크리에이티브가 20억 원 규모로 발행한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5년 만기, 수익률 4.60%)를 사들였다. 해당 전환사채는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채 회장 등이 오브라크리에이티브 주식 5252주를 보유하게 되는 조건이 붙었다.

    이후 위지윅스튜디오도 박인규 대표 재직 당시인 2023년 7월 20억 원을 투자해 오브라크리에이티브 주식을 주당 약 33만 원에 6011주(당시 지분율 6.76%) 매입했다.

    하지만 투자 당시 오브라크리에이티브는 재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위지윅스튜디오가 너무 과도한 밸류로 지분을 인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오브라크리에이티브는 2023년말 기준으로 매출액 5억8000만 원에 6억26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려오던 중이었다.

    이에 대해 한 투자 업계 전문가는 "미래가치 등 사업적인 내용도 살펴봐야겠지만 투자 당시 재무 상태만 보면 고평가 투자로 볼 수 있다"며 "상장 기업이 비상장 회사 등에 투자를 진행할 경우 추후 투자 성과 등에 따라 책임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그간의 투자 이력을 보면 이들은 오랜기간 동안 상부상조해 온 설계자와 전주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을 서로 나누면서 공생 관계를 지속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