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모든 세력들이 힘 합쳐야"김경수 "정권교체 못하면 역사의 죄인"개헌 제안에 李 "내란극복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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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나며 '비명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당내 비명계에서 통합 목소리가 커지자 본격적인 통합 이미지 구축에 나서며 '계파 갈등 진화'에 나선 것이다.이 대표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김 전 지사를 만났다. 김 전 지사는 2021년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받았다.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의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사면됐고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과 복권 대상자에 포함돼 피선거권을 회복했다.두 사람 회동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이 대표는 김 지사에게 "복당을 축하하고 환영한다.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상황이 엄중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민주당이 더 크고 넓은 길을 가야할 것 같다"고 통합을 강조했다.이 대표는 "헌정수호 세력 그리고 내란 극복을 위해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있는 힘을 최대한 모아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께 희망도 드리고 대한민국이 다시 우뚝서는 그 길에 우리 김지사님 같이 함께 손잡고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김 전 지사는 "대표께서도 동의해줬듯 이런 연대만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세력과도 손을 잡고 첫 번째 정권교체 이뤄낸 바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힘을 합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아울러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전 지사는 "만일 이번에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김 전 지사는 당내 다양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재명 일극체제'를 다시 한 번 짚어낸 것이다.그는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극단과 배제의 논리는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며 "대표께서도 다양성은 정당의 본질이자 생명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그런 정당 시스템 정당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팬덤 정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팬덤 정치를 이끌어 온 이 대표를 직격한 것이다.김 전 지사는 "팬덤 정치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며 "온라인 중심의 소통 구조는 반드시 극단화로 가기 마련이다. 우리 대표님께서 늘 강조하듯이 당원들이 진정한 민주당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다양한 공간을 대폭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 지사는 최근 이 대표가 지지층 확장을 노리며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김 지사는 "우리당과 우리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또는 노선과 관련된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이후 두 사람은 회동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약 한시간 대화를 나눴다.대화 주제에는 개헌도 포함됐지만 양측의 입장은 달랐다.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태선 의원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지사가 '2단계 개헌'에 대해 이야기 했다"며 "이 대표는 경청했지만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2단계 개헌론은 계엄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들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 후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본격적인 개헌에 돌입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앞서 김 전 지사는 계엄 방지 장치를 만들자며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김 의원은 "김 전 지사가 당의 통합을 위해 '당에서 마음에 상처 입은 분들을 보듬어 줄 때가 됐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해 '통 크게 통합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손을 내밀고 보듬어야 할 대상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있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구체적인 대상을 말한 것은 아니며 일반적인 얘기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지난 총선 공천 당시 상처받고 당에 등을 돌린 사람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김명섭 김 전 지사 대변인도 "큰 틀에서 많은 사람이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게 하자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설명했다.김 의원은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에서 당원들이 당원 중심으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 대표도 깊이 공감하고 그렇게 하겠다 했다"고 덧붙였다.이어 "(두 사람은)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이 대표는 이후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날 예정이다.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통합에 나선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이날 '새미래 민주당 창당 1주년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 회동의) 본질은 (당내 계파 갈등) 입틀막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민주당 내 쓴소리를 시작한 분들과 순차적으로 만나 사실상 다른 견해를 듣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