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의 전략적 모호성…'특검 카드'로 당내 긴장감↑친한계 "당내 잡음 줄이는 역할…일종의 공포탄""추경호의 '자제령'은 김옥균 프로젝트 실패 방증"수그러든 '당게' 논란…당 지도부, 대야 집중 공세
  •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 찬반 여부를 두고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내 그립감을 강화하고 있다. '특검 카드'를 통해 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당원게시판을 둘러싼 잡음을 일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당원게시판 논란이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야당의 '예산 마비' 사태 등에 대한 비판에 공세를 집중했다. 지난주 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의 비방글 및 여론조작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역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단독으로 통과시킨 예산안은 국정 마비가 목적"이라며 "국회의원 특수활동비는 그대로 살려놓고 경찰 치안 유지를 위한 특활비를 0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탄핵을 통해 (감사원을) 탈취하겠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관해서도 "국익을 위해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한 대표의 결자해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김민전 최고위원도 이날은 반도체특별법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민주당을 집중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주 52시간 노동 규제라도 풀어주자고 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것도 가로막고 있다"며 "더이상 기업의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이 진화되는 양상은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의원총회에서 "냉각기를 갖자"고 '휴전'을 제안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관해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가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일단은 다들 협조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당원게시판 논란과 연계되면서 이탈표 가능성이 제기된 김건희 특검법 문제는 당내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야당을 집중 겨냥하면서도 특검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지역소멸과 지역비례선발제' 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특검법에 대해 언제쯤 입장을 밝히느냐'는 질문에 "지난번에 했던 답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8일 특검법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제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에도 민주당이 특검법을 두고 여당 내 이탈표를 노린다는 분석에 대해 "민주당 사정 때문에 국민의힘의 정치가 좌지우지 하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이는 추 원내대표가 "단일대오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불투명한 태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한 대표가 상황을 반전시키고 고삐를 죄기 위해 특검 카드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나왔다. 한 대표가 특검법에 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당원게시판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전략적 태도라는 해석이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표는 그 문제(특검법)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라며 "이게 당내 잡음을 줄이는 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의도대로 특검법 찬성표를 유발하겠다는 것이 아닌 일종의 공포탄으로 특검 카드를 활용한다는 셈이다.

    그러면서 신 부총장은 추 원내대표의 '자제령'에 대해서는 이른바 '당 대표 끌어내리기 프로젝트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추 원내대표의 냉각기 제안은 이게 실패한 프로젝트였다라는 게 사실화되는 것"이라며 "(당원게시판 논란은) 사실상 실패한 (김옥균) 프로젝트로 일단락이 되는 게 아닌가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