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남미 순방 계기 트럼프와 회동 추진尹, 태릉골프장서 연습 … 8년 만에 골프채 잡아日 아베, 트럼프 골프 접대로 하루 세끼 식사MB·부시 美 캠프 데이비드 골프 회동 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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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남을 추진하는 가운데, 골프 회동 성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윤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5박 8일 일정으로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을 방문한다.윤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대비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골프채를 잡은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윤 대통령이 골프 연습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늘 골프가 생활화돼 있는 분이고, 일관되게 본인의 골프 루틴에 맞게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과 지난 2·9일, 서울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을 찾아 골프 연습에 들어갔다고 한다.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화가 이어지려면 우리 대통령도 공이 제대로 맞아야 하기에 거기에 대해 최소한 연습을 시작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으로 알고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고 전했다.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골프 연습을 미리 해두는 게 좋겠다"는 핵심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골프 연습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일본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과 골프 회동을 한 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당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은 골프 회동 당일에만 아침, 점심, 저녁 총 세 끼의 식사를 함께했다. 아베 총리는 지바현 골프장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한 뒤 골프 회동 뒤 점심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대접했고, 저녁에는 도쿄의 일본식 선술집에서 1시간여 간 만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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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도 골프 회동을 정상 외교와 정치에 활용했다.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을 공식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나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골프를 함께 쳤다. 이때 양 정상이 골프 카트를 나란히 탄 장면이 큰 화제가 됐다.그해 8월 부시 대통령이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어깨동무하고 한국 대통령 차량에 동승해 화제가 됐다. 미국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전용 방탄 차량인 '캐딜락 원'이 아닌 다른 차량에 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당시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먼저 "내가 좀 타도 되냐"고 물으며 동승했다고 한다.노무현 전 대통령도 골프를 정치에 활용했다. 역대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기 전날인 2003년 4월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 정대철 민주당 대표와 2시간 동안 경내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골프는 참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군인 시절 골프를 치지 않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중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후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골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1세대 프로 골퍼 한장상을 청와대로 불러 레슨을 받기도 했다. 1966년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훈련용 부지를 육사 전용 골프장으로 바꾼 것도 박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골프장 개장식 때 직접 시타를 했다. 1971년 베트남 파병 부대의 철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스피로 애그뉴 미국 부통령이 태릉골프장에서 회동했다.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8년 8월 알츠하이머(치매)를 핑계로 재판에 못 간다고 했다가 당시 경찰 경호 인력 4명을 대동하고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노태우 전 대통령은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골프 대중화에 적극적이었다. 노태우 정부 때 골프장 승인이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지사로 위임되면서 전두환 정부 때 30곳에 불과했던 골프장 승인은 120개로 늘었다.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골프를 멀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재임 중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공직사회에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박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여러 차례 골프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수석비서관이 "접대 골프가 아니면 휴일에는 골프를 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자 "바쁘셔서 그럴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했다. 이를 공직사회가 '골프 금지령'으로 해석하고 골프를 금기시했는데, 이후 "잘못된 메시지였다"고 박 전 대통령이 밝히면서 '골프 금지령'이 해제됐다.우리나라에선 공직자가 골프를 치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해외에서는 골프를 스포츠 그 자체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기간 300회가 넘는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전세계 진보의 아이콘인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가 골프채를 든 채 웃고 있는 사진이 '체게바라 평전'에 실려 있다. 사진에는 '골프가 굳이 비밀스러운 취미일 수는 없었다'는 설명이 달려있다.1959년 쿠바 혁명에 성공해 2008년까지 49년 동안 국가평의회 의장을 지낸 피델 카스트로는 생전 골프를 '게으른 부자들의 게임', '착취자들의 운동'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도 체게바라와 골프를 즐겼다. 자본주의를 경멸하고 사회주의 세상을 꿈꾼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 직후인 1962년 군복을 입고 골프 시합을 하는 사진이 2010년 경매로 나와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