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이 무너진 건 정체성이 흔들렸기 때문""말장난 아닌 분명한 보수의 비전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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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당정 관계 회복은 더딘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자존심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보수의 가치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지지층의 지지세가 기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 임기의 반환점을 일주일 앞둔 30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내부 균열과 '파워게임'만 도드라졌고, 한 대표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인색한 평가가 잇따랐다.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이 아닌 야권의 공략점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부각하는 데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 문제와 의정 갈등은 결국 대통령이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면서 "한 대표도 문제를 더 키우는 방식이 아닌 국정에 시너지 효과를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게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 해결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민심은 자연히 모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윤 대통령은 '4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여사 단속에는 실패해 국정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의료개혁은 민주적 절차와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2000명 숫자에 매몰된 좁은 시야를 노출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자유'가 연설문에만 풍성하다는 보수 지지층의 비판도 나온다. 또한, 1년 가까이 의정 갈등만 장기화한 채 노동·연금·교육개혁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보수 지지층이 염원한 '공정한 법적 조치' 또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윤 대통령이 복원한 한미·한일관계, 원전 회생 등 정부의 성과가 가려졌다는 탄식도 나왔다.한 대표의 경우 "동료 시민과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취임 100일간 당 동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를 드러냈다. '탈규제', '작은 정부'와 '민영화'로 귀결되는 보수 정책의 이슈는 제시하지 못한 채, 도리어 문재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격차 해소'를 주장하거나 '강강약약'과 같은 인터넷 신조어를 보수의 새 브랜드로 제시하기에 이르렀다.이에 당 지지층은 한 대표의 보수 정체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수·우파 철학 부재에서 오는 공허한 '말장난'을 지적하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제시한 여야의정협의체는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의 보완책으로서 여론을 환기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해병순직특검법과 김 여사 문제, 특별감찰관 추천 등 당정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평했다.그러면서 "김 여사 문제로 권력 싸움에 매몰될 게 아니라고 본다"며 "한 대표는 보수 정당의 대표로서 청년실업과 민생고를 해결할 분명한 보수·우파의 비전을 제시하고 민심을 얻을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당의 5선 중진인 김기현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 "오늘 한 대표의 취임 100일과 다음 주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은 우리 당이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모색할 골든타임"이라며 당정 모두가 자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없이는 차기 대권도 없다. 개인적 유불리는 뒤로 제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새로운 각오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우리 당은 어차피 운명 공동체이니만큼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역할 분담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 복원이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 권력 싸움에서도 보수 혁신에 성공하는 정치인이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탄핵 직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원책 변호사는 이날 윤상현 의원이 주최하는 '보수의 혁신과 통합' 세미나에서 "보수 정당이 무너진 것은 정체성이 흔들렸기 때문"이라며 정책 혁신을 당부했다.전 변호사는 또 "국민 대다수의 기대를 모으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은 당사자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이든 한 대표든 마음을 비우는 자는 '역사에 기록되는 최종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