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행정부 통제' 도 넘어본안판결 전에 "선임결의 무효" 속단'방통위 2人 의결=합법' 헌재 결정 간과행정부의 정당한 '인사권' 존중해야 마땅
  •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인사에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린 것은 행정기관의 임명권 행사를 존중하는 '집행부정지(執行不停止)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70여 년간 우리 법률체계가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는 통탄이 MBC 내부에서 나왔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이 법원에 낸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이후 연속성명을 배포한 MBC노동조합(3노조,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강명일)은 "행정기관의 '임명권 행사'는 행정기관이 행정행위를 할 때 그 기관에 자유로운 재량이 인정되는 '재량행위(裁量行爲)'"라며 "위법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법부가 행정부의 인사 결정에 대해서만큼은 효력정지 가처분을 자제하는 것이 행정소송법의 대원칙"이라고 역설했다.

    MBC노조는 "최근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의대생 증원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낸 것에 대해 법원은 '집행부정지 원칙'에 따라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의 신청은 각하했고, 의대생의 신청은 기각했다"며 "수많은 판사들이 삼권분립을 존중해 '집행부정지 원칙'에 따라 판결해 왔는데, 이는 사법부가 행정부의 머리 위에 앉아 '상전 노릇'을 하다가는 언젠가 법원 전체가 '정치 바람'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사법부의 자제 이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법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강규형 KBS 이사 해임 건에 대해 '집행부정지 원칙'을 고수해 일단 이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기각한 다음, 본안 소송에서 비로소 해임을 취소한 바 있다"고 앞선 사례를 소개한 MBC노조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 강규형 KBS 이사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은 '잔여 임기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해임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그런데 이번에 강재원 판사는 신청인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음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면서 새로운 방문진 이사의 임명행위의 효력을 정지시켰고, 구 이사들의 업무수행 권한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두고 "3년 전 민주당 6명, 국민의힘 3명 추천 비율로 방문진 이사들이 임명됐을 때의 비율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한 MBC노조는 "대통령선거로 여야가 바뀌었는데도 오로지 강 판사 한 명의 결정 때문에 여전히 민주당이 '우위'인 과거 방문진 이사들의 권한 행사가 정당화됐다"며 "임기가 다 끝나 해먹을 대로 해먹은 구 방문진 이사들의 이익을 뭘 더 챙겨줘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새로운 정부가 임명한 방문진 이사들이 있음에도 민주당 정권 때 구성된 이사회를 유지하도록 한 결정은 누가보더라도 정치적 견해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며 "△새 방문진 이사를 존치하는 것이 방문진 구 이사들에게 무슨 긴급하고 중대한 손해를 끼친다고 이런 황당무계한 결정을 내린 것인가? △누가 방문진 이사를 민주당 추천 이사들로 유지시킬 권한을 강 판사에게 줬는가? △이런 결정이 강 판사가 직접 방문진 이사를 뽑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또한 MBC노조는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 2인 체제가 정치적 다양성이라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지난 4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한 달 뒤 헌법재판소가 내린 '방통위 3인 중 2인이 찬성한 의결은 합법'이라는 취지의 결정은 반영하지 않았다"며 판례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아직 본안판결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어떠한 법적 판단도 없었으면 '행정부'인 방통위가 의결한 '방문진 이사 선임행위'는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며 "강 판사가 '새로운 이사들의 선임결의는 무효'라고 속단한 것은 근거 없는 결정"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강 판사가 결정문 앞에서는 새로운 이사 선임 결의가 무효라면서 소송의 실익이 있다고 했는데, 뒤에서는 새로운 이사 선임 결의가 무효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신청인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결과만으로는 방문진 이사 선임 결의가 합의제 기관의 의사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정문 내용을 거론한 MBC노조는 "강 판사는 두루뭉술하게 언급했을 뿐 방문진 새 이사 선임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 혹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며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번 결정으로 사법부의 행정부 통제가 도를 넘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행정부의 수장이 공식 서한을 보내 사법부의 정치행위를 규탄하고 '정치판사'를 징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더 이상 인내만 한다면 헌법상의 부를 구성할 행정부의 신성한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