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김선수·노정희 "사회적 약자·소수자 차별·소외에 도움" 당부'중도' 이동원 법적 안정성 강조 … "사람이 지배하는 재판되지 않도록"
  • ▲ 대법원. ⓒ공동취재단
    ▲ 대법원. ⓒ공동취재단
    김선수, 노정희, 이동원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일 퇴임했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총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3명이 퇴임하면서 대법원의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세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각각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선수 대법관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는 점을 항상 자각하며 그에 걸맞은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재판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소외를 잘 전달해 올바른 판결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대법관은 전북 진안 출생으로, 서울 우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8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해 법관 경력이 없음에도 대법관으로 임명된 최초의 인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 멤버이자 회장 출신으로, 대법관 중에서도 강경한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 및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노정희 대법관은 자신을 역대 148번째 대법관이자 7번째 여성 대법관이라 소개하면서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절절한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들려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저의 부족함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법의 길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사법부는 그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법부의 모든 업무 수행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고 전했다.

    노 대법관은 "사법부의 구성 자체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이 꾸준히 이뤄져 여성으로서 '7번째'라고 언급한 말이 소소한 웃음거리가 되는 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오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노 대법관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동신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광주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법원도서관장을 거쳐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되었고, 국회 표결을 통과해 대법관직에 임명됐다.

    이동원 대법관은 법적 안정성을 강조하며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즉 법관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법관은 "법관은 자기 속에 있는 법관이 재판하도록 해야 하고, 자기 속에 있는 자아가 재판하도록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이 지배하는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 대법관은 서울 출생으로, 경복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1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전주지법·서울중앙지법·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이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진보 성향이 다수였던 대법원에서 소수 의견을 적극 개진하며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를 이들의 후임으로 임명 제청했으며, 국회는 노경필, 박영재 후보자에 대해서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숙연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은 장녀의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지며 현재 미뤄진 상태다.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후임 대법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